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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적용해 보니 SK·LG·한화 등 대기업 특수관계인 지분 평균 62% 의결권 묶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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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적용해 보니 SK·LG·한화 등 대기업 특수관계인 지분 평균 62% 의결권 묶여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12.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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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SK와 LG, 롯데, 한화 등 주요 그룹 지주사 특수관계인 지분 가운데 40% 이상이 감사위원 선출시 의결권 행사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CJ그룹의 경우 지주사 특수관계인지분의 80% 이상이 묶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또 현대자동차, 셀트리온, 카카오 등 주요 기업도 특수관계인 지분 가운데 70% 이상이 의결권 제한 대상이 되며, 삼성전자도 특수관계인 지분 중 40% 넘게 의결권에서 배제된다.

상장사 감사위원 중 한 명을 사외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선출 시 특수관계인 한 명당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 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30대 그룹 지주사와 시가총액 10대 기업은 앞으로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특수관계인 지분 가운데 약 3분의 2 가량이 의결권을 제한받게 된다.

감사위원 선출에 있어 대기업은 사실상 구경꾼으로 전락하는 처지가 빈번해질 전망이다.

지배구조가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거나, 소수의 특수관계인에 지분이 쏠려 있는 경우 의결권 제한 폭은 더욱 커진다.

감사위원은 기업의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일원으로 내부 핵심 정보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해외 투기자본이나 경쟁사 측 인사가 감사위원이 되면 경영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지속 밝혀오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30대 그룹 지주사 14곳과 시가총액 10대 기업의 ‘3%룰’ 적용 시 의결권 변동을 살펴본 결과 조사 대상 24개 기업의 특수관계인 보유지분 가운데 의결권 제한 대상이 되는 지분은 평균 62%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감사위원 선출에 있어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가장 많이 제한 받는 지주사는 코오롱(대표 내정 안병덕)이다.

코오롱은 이웅열 회장 등 8명의 특수관계인이 52.63%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법안 통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지분율은 5.89%로 크게 낮아진다. 이 회장 지분율이 49.74%로 대부분를 차지하는 탓이다. 결과적으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88.8%가 의결권을 박탈 당하는 것이다.

그룹 총수가 다수의 지분을 확보한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오히려 독이 되는 셈이다.

CJ(대표 손경식·김홍기) 역시 8명의 특수관계인들이 47.07% 지분을 보유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지만, 법안 통과 후 의결가능 지분율은 7.99%로 떨어진다.

실제로 다수의 오너 일가가 소량의 지분을 나눠 보유한 GS, LS 등은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GS는 51.94% 중 47.91%, LS는 35.27% 중 34.64%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지분 중 의결권 제한을 받는 비율이 GS는 7.8%, LS는 1.8%에 그친다. GS는 53명의 특수관계인들 중 허창수 GS건설 회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만 3%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 LS도 48명의 특수관계인들 중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인물은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한 명뿐이다.

코오롱, CJ에 이어 지주사 중에서는 효성(대표 조현준·김규영), 현대중공업지주(대표 권오갑), 하림지주(대표 김홍국) 등의 순으로 의결권이 제한되는 지분 비율이 높다. 이들은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 중 70% 이상이 의결권이 제한된다.

SK(대표 최태원·장동현), 영풍(대표 이강인·박영민), 한화(대표 금춘수·옥경석·이민석) 등도 특수관계인들이 지닌 지분 중 60% 안팎의 비율을 감사위원 선출 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일반 기업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김태한)와 LG화학(대표 신학철)이 특수관계인 지분 중 의결제한 되는 지분 비율이 90%가량으로 높다.

기아자동차(대표 최준영·송호성)와 SK하이닉스(대표 이석희), 삼성SDI(대표 전영현) 등도 의결권이 제한되는 지분 비율이 80% 이상이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대표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역시 특수관계인 지분율 21.2% 중 12.5%만 감사위원 선출에 의결할 수 있어, 41%에 해당하는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받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3% 룰’ 상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감사위원 선출 시 아무런 의견을 내지 못하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커진 모습이다.

특히 조사 대상 기업들은 3% 룰에 따라 특수관계인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이 거의 대부분 외국인 보유 지분율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외국인 지분율이 50.26%인데, 감사위원 선출 시 3% 룰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07%가 돼 차이가 커진다.

전기차 시장에서 미래를 보고 있는 LG화학, 삼성SDI 등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지분율이 40% 이상인데 의결권 제한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은 20~30%에서 3%대로 쪼그라든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은 집권 초기 지주사 요건과 규제를 강화하면서 지주사 체제 전환을 권유하다시피 했다”며 “이제와 지주사 제체를 갖춘 곳일수록 불리해지는 법안을 통과시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지난 8일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 법안을 이렇게까지 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당혹감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니길 바라지만 (입법이) 강행될 경우 혹시라도 부작용이 생기거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이번에 의결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산업연합포럼 등 7개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선임 규제가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외국계 자본의 이사회 진입으로 경영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국회 추진절차를 보류하고 상임위에서 재심의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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