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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추천이사제' 불발 놓고 다시 대립한 기업은행 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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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추천이사제' 불발 놓고 다시 대립한 기업은행 노사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1.04.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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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기 만료된 기업은행 사외이사 2자리에 대해 노조추천 사외이사가 아닌 인물이 선임되면서 기업은행 노사의 대립각이 또 다시 깊어지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해 1월 윤종원 기업은행장 취임 당시 합의한 '6대 노사 공동선언'에 담긴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적으로 합의해 추진한다'는 합의 사항을 위반한 것으로 윤 행장과 임명 권한을 가진 금융위원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과 금융위 모두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은 가운데 노조추천이사제가 문재인 정부 4년 내내 금융권 노조가 도입을 총력으로 기울인 숙원사업이었다는 점에서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해 1월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된 윤종원 행장은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해 27일간 본사 출근이 저지되는 등 순탄치 않은 행보로 행장 업무를 시작했다.
▲ 지난해 1월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된 윤종원 행장은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해 27일간 본사 출근이 저지되는 등 순탄치 않은 행보로 행장 업무를 시작했다.

◆ "노조추천이사 선임 약속 지켜라" 뿔난 금융노조

지난해 1월 기업은행장으로 내정된 윤 행장은 '낙하산 논란'으로 시작된 노조의 출근투쟁이 이어지면서 27일 간 사옥 출근을 하지 못했다. 당시 노·사·당·정 합의를 통해 '노조추천이사제 적극 추진'을 포함한 6대 노사공동선언이 합의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올해 3월 말 기존 기업은행 사외이사 4명 중 2명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사외이사 중 1명이 연임되고 1명이 신규 임명됐다. 2명 모두 노조추천인물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즉각 금융노조는 12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불발은 과거 합의사항에 대해 명백한 합의 파기이자 금융노동자에 대한 기만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총선과 최근 열린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도 여당 후보를 공개지지하는 등 친여 행보를 이어왔다. 
 

▲ 금융노조 측은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당정청이 공언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거부되면서 '내로남불' 약속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 금융노조 측은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당정청이 공언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거부되면서 '내로남불' 약속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윤 행장이 노조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공모하는 대국민 캠페인을 예고하자 임명권자인 금융위원장에게 부담이 갈 수 있다며 공론화 하지 말고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의지를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금융위와 기업은행이 노조추천이사제를 무산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와 금융노조는 낙하산 근절, 노동이사제 도입 등 정책협약을 체결했지만 그 결과 낙하산 행장과 노조추천이사제 미이행 등 정부의 내로남불이었다”면서 “당정청을 믿고 약속을 이행하리라고 순진하게 믿었지만 그 결과가 오늘의 참담함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 측은 향후 윤 행장과의 대화 대신 금융노조와 연계해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 지속적으로 노동추천이사제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어서 향후 노사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월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찾아와 노조추천이사제를 수용하겠다고 먼저 밝혔는데 이제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약속을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종원 행장이 막는 것인지 청와대가 지휘한 것이지 이제 청와대는 답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가타부타' 할 수 없는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 선임 가능성 '빨간불'

노조추천이사제 문제에 대해 기업은행은 별다른 입장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이번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추천을 받아 역량있는 인물을 복수로 금융위에 제청했다는 것이 전부다.

이는 기업은행의 지분 63.47%를 기획재정부가 가지고 있는 구조 특성상 사외이사 선임 역시 기재부와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일임하기 때문이다. 

현행 중소기업은행법상 기업은행의 사외이사는 기업은행장이 제청하면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데 금융위의 상급 기관이자 최대주주인 기재부의 판단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번 노조추천이사 선임 불발에 대해 금융노조가 기업은행 뿐만 아니라 정부측(금융위, 기재부)도 비판하는 이유다.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은 노조 추천 인사를 포함한 복수 인원을 금융위에 제청했지만 금융위는 노조추천 인사를 제외한 다른 인사를 사외이사로 임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 사외이사 4인 중 나머지 2인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는 점에서 노조가 내년에 다시 노조추천 사외이사 임명 기회를 엿볼 수 있다. 문제는 내년 3월에 대선이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노동정책에 상대적으로 전향적인 스탠스를 가진 현 정부 내에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희망한 노조 입장에서는 향후 노조추천 이사 도입을 가늠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앞서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어 기업은행까지 국책은행에서 노조추천 사외이사 임명에 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금융권 노조추천 사외이사 제도 도입도 먹구름이 낀 상태다. 

한편 오는 5월 신임 사외이사를 임명해야하는 한국수출입은행도 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다시 시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책은행발 노조추천이사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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