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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값 폭등에 냉면·우동·비빔생쫄면 다올라도...라면4사는 "가격 인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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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값 폭등에 냉면·우동·비빔생쫄면 다올라도...라면4사는 "가격 인상 없다"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1.06.1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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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라면 4사는 하반기 라면 가격을 일제히 올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현재로서는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라면업체 관계자는 16일 "라면의 주요 원재료인 밀가루와 식물성 기름인 팜유 가격이 지난해 들어 큰 폭으로 인상됐으나 가격 인상에 민감한 제품이다 보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하반기에 라면가격을 올릴 것이란 일각의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라면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선도업체가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다른 업체들이 단독으로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현재 라면 4사의 마지막 라면 가격 인상 일자는 팔도 2018년 12월, 삼양식품 2017년 5월, 농심 2016년 12월, 오뚜기 2008년 4월이다.

농심은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육개장사발면 등 18개 라면제품 가격을 평균 5.5% 인상한 뒤로 4년 넘게 가격을 동결했다. 팔도와 삼양식품은 3~4년째, 오뚜기는 8년째 동결인데 올해 2월 오뚜기는 진라면 가격을 9% 인상하겠다고 했다가 5일 만에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라면 주재료인 소맥(밀가루)과 팜유(기름) 가격은 2019년 말 소폭 반등하다가 지난해 1분기부터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팜유 가격이 유독 크게 치솟고 있다.

라면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농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소맥은 201달러(1000kg당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 선물가격), 팜유는 677달러(1000kg당 말레이시아 현물가격)로 전분기 대비 각 11%, 18.8% 늘었다.

올 1분기 소맥과 팜유는 전분기보다 17.8%, 56.3% 증가했고 전년동기 대비로는 각 18.4%, 44.8% 늘었다. 지난 달 기준으로 평균 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27%(소맥), 71%(팜유) 늘었다.
 

농심의 경우 소맥·팜유 등이 원부재료 매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기준 58.8%로 전년동기보다 2.4%포인트 늘었다.

한유정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5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곡물 가격이 지난해 들어 크게 상승하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은 통상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재 업체 매입 가격에 반영되므로 라면 업체들의 원가 상승 부담은 올 하반기에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반대로 팜유와 소맥분을 주원료로 하는 식품들은 원재료 가격 및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올 초부터 단행된 식음료 가격 인상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뚜레쥬르는 올해 2월 초 90여 종의 가격을 평균 9%(100원) 올렸고 같은 달 파리바게뜨도 9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5.6% 인상했다.

지난해 기록적인 장마로 인해 쌀과 냉면의 주원료인 메밀 가격도 크게 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쌀의 20kg당 도매가격은 6월 15일 기준 5만89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1% 증가했고 수입 메밀은 1kg당 4400원으로 57.1% 늘었다.

이에 따라 동원F&B는 올해 1월 즉석밥 '센쿡' 가격을 11% 인상했고 오뚜기도 오뚜기밥 가격을 7%가량 인상했다. CJ제일제당도 올해 2월 말 햇반 가격을 6~7%가량 인상했다. 이달 초 풀무원도 평양물냉면과 겨울동치미물냉면, 가쓰오생우동, 비빔생쫄면 등 주요 4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 인상키로 했다.

일각에서는 라면이 대표 서민 음식 중 하나인 데다 라면 4사의 실적도 좋게 나오다 보니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내년 3월까지는 가격 동결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민물가와 직결되는 상품이어서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가격인상에 민감할 수 밖에 없고, 업계가 이를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라면4사의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전년동기에 비해 평균 0.9%포인트 줄어든 73.4%를 기록했다. 4사 모두 개선된 모습을 보인 가운데 팔도의 감소폭(-1.3%p)이 가장 높았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지난해 일제히 증가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평균 11.7%, 영업이익은 평균 43% 늘었다. 이에 따른 평균 영업이익률은 8%로 전년 동기보다 1.8%포인트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와 인건비 가격이 크게 오르다 보니 인상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수출 등 여러 사업 부문이 지난해 고르게 성장했고 판매관리비 등에서 절감이 이뤄지면서 4사 모두 실적이 좋게 나왔다. 실적이 좋다 보니 가격을 올리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팽배한 것 같아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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