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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규제에도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 되레 확대...미래에셋증권, NH농협은행, 기업은행 기준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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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규제에도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 되레 확대...미래에셋증권, NH농협은행, 기업은행 기준 초과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21.06.2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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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분기 금융사의 계열사 신규 펀드 판매 비중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소폭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일감 몰아주기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을 규제하는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5개 금융사의 계열사 신규 펀드 판매 비중은 15.5%로 전년 동기 13.9%에 비해 1.6%포인트 올랐다.

계열사 펀드 비중은 전체 펀드 신규 판매 금액에서 계열사 펀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현재 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은행 13개, 증권사 23개, 보험 6개, 기타 3개 등 45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 대상 가운데 신규 펀드 판매 금액이 없는 금융사는 제외했으며 계열사 펀드 금액이 없는 경우만 ‘0%’로 표시했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1분기 13.9%에서 4분기 12.8%로 꾸준히 축소되면서 연간 비중이 13%로 낮아졌지만 올해는 비중이 다시 확대됐다.

업권별로는 13개 은행의 평균 비중이 20%로 지난해 1분기 17.2%에 비해 2.8%포인트 확대됐다. 보험의 경우 지난해 1분기 16%로 은행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올해 1분기 12.6%로 3.4%포인트 낮아졌다. 6개 보험사 역시 지난해 1분기 8.5%에서 올해 7.3%로 1.2%포인트 축소됐다.

금융사 가운데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미래에셋증권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계열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펀드 상품 비중이 36.1%에 달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최근 연금시장의 머니무브로 당사 연금자산도 많이 늘어나게 됐는데 미래에셋TDF의 수익률이 좋아 가입이 늘었다"며 "타 계열사의 좋은 펀드를 발굴해 연말까지 비중을 30%로 조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도 NH아문디자산운용 펀드가 36%, 기업은행은 IBK자산운용 펀드가 32.7%에 달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사들이 계열사 펀드만 판매하는 ‘일감 몰아주기’ 현상을 막기 위해 2018년 6월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해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 상한을 조정했다. 금융사의 계열사 펀드 판매 금액을 공시하고 비중을 기존 50%에서 25%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다만 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매년 5%포인트씩 낮추기로 했다. 2018년 45%를 시작으로 2020년 35%, 2021년 30%, 2022년 25%로 제한된다.
 

이 기준을 넘어서는 곳은 미래에셋증권, NH농협증권, 기업은행이었다. 2022년 기준인 25%를 넘어서는 곳은 미래에셋증권 등 3곳을 포함해 전북은행, 대신증권, 리딩투자증권 등 6곳에 달한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대부분의 금융사가 35%를 맞췄다. 미래에셋증권이 35.4%로 0.4%포인트 넘었으나 NH농협은행 34.9%, 부산은행 32.3% 등으로 낮췄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인해 주식시장이 요동치자 펀드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특정 증권사의 계열사 판매 비중이 50%를 넘어가기도 했다. 리딩투자증권 70.7%, 키움증권 61.3%를 기록했으며 제주은행 42.6%, 미래에셋증권 42.5% 순이었다. 하지만 계열사 비중을 맞추기 위해 하반기 조절하면서 35% 마지노선을 맞춘 셈이다.

업계에서는 계열사 펀드를 무조건 줄이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정 자산운용사에 상품이 많고 수익률도 좋은데 같은 계열사 펀드라는 이유로 투자자에게 권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며 “내부통제 기준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라고 할 만한 상품 자체가 없다”고 억울해 했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 역시 “분기별이 아닌 연말 기준으로 비중을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특정 펀드를 무조건 권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수익률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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