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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먹고 재미로 먹고...식빵언니, 열라짬뽕, 팔불출 피자 등 식품업계에 부는 '펀 네이밍'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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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먹고 재미로 먹고...식빵언니, 열라짬뽕, 팔불출 피자 등 식품업계에 부는 '펀 네이밍' 바람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1.09.14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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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품 업계에 이른바 펀(Fun)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제품명에 MZ(밀레니얼·Z) 세대들이 재미있어 하는 유머코드를 넣어 주목도를 높이는 것이다. 과거 '네넴띤'처럼 펀마케팅은 상품성과 결합될 경우 판매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업계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SPC그룹(대표 황종현)은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한 김연경 선수를 최근 브랜드 모델로 낙점하고, 김연경 선수 애칭인 '식빵언니'를 제품명으로 사용한 SPC삼립 식빵 신제품을 출시했다.

식빵언니는 김연경 선수가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배구 한일전에서 내뱉은 '식빵과 초성이 유사한 욕설'에서 유래됐다. 경기에 몰입하면서 나온 실수였는데, '착한 식빵'이라는 우호적인 반응들로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상에서 화제가 돼 식빵 언니라는 별명이 생겼다.

김연경 선수 팬들은 '식빵'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SPC삼립과 파리바게뜨라는 점에 착안해 두 브랜드를 보유한 SPC그룹에 '식빵' 모델로 김연경 선수를 기용해달라고 열렬히 요청했다. 이에 SPC그룹은 팬들의 염원에 보답하고자 김연경 선수를 실제 모델로 발탁해 신제품 '식빵언니'를 선보이게 됐다.
 

▲SPC그룹 베이커리 브랜드 모델로 발탁된 김연경 선수. SPC삼립은 김연경 선수 애칭을 네이밍으로 사용한 식빵 신제품 '식빵언니'를 지난 9일 출시했다
▲SPC그룹 베이커리 브랜드 모델로 발탁된 김연경 선수. SPC삼립은 김연경 선수 애칭을 네이밍으로 사용한 식빵 신제품 '식빵언니'를 지난 9일 출시했다
오뚜기(대표 황성만)가 최근 선보인 '열라짬뽕'도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비속어로 사용되는 '열라'를 제품명에 사용해 눈길을 끈다. '열라'는 '열나게'를 줄인 은어이다. 많이, 무척, 너무 등의 강조하는 부사로 사용돼왔다.

'열라 매운 맛'이 연상되는 '열라짬뽕'은 오뚜기 스테디셀러 제품인 '열라면'과 '진짬뽕'의 제품명과 맛을 조합한 제품이다. 매운맛을 측정하는 기준인 스코빌지수가 열라면(5013SHU)과 비슷한 5000SHU 수준이다. 야채와 고추기름을 고온에서 볶아낸 진짬뽕의 별첨 유성스프를 액체스프에 넣어 하나의 스프로 구성했다.

오뚜기는 올해 3월 열라면의 매운 맛을 만두로 구현한 '열라만두'도 선보였는데, 화끈한 매운 맛을 연상케 하는 네이밍으로 주목을 받았다.
 

▲오뚜기 열라짬뽕(왼쪽)과 열라만두
▲오뚜기 열라짬뽕(왼쪽)과 열라만두

피자헛(대표 김진영)이 팔도(대표 고정완·박태규)와 손 잡고 이달 초 선보인 신메뉴 '팔불출 피자'도 독특한 제품명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팔'도비빔면의 비빔장과 '불'고기가 만나 몰래 '출'시됐다는 컨셉으로 각 한 글자씩을 본 따 '팔불출'이라는 제품명이 탄생했다.  

'팔불출 피자'는 자기만의 레시피로 '꿀조합(매우 잘 어울리는 조합)'을 추구하는 모디슈머(Modisumer)에 주목하고, 이종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이기도 하다. 모디슈머는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를 결합한 합성어로 기존 제품들을 취향대로 결합해 재창조하는 소비자들을 의미한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사용한 직관적인 제품명으로 인기를 끄는 신제품들도 있다. CJ프레시웨이(대표 정성필) '당이 차오른당', 오비맥주(대표 배하준) '캬 소리 나는 맥주', 농심(대표 신동원·박준) '렌지땡 뚝불면', 오리온(대표 이경재) '꼬물탱' 등이다.

CJ프레시웨이가 선보인 온라인 전용 간식박스 '당이 차오른당'은 종결어미 '-다'에 닿소리 'ㅇ'을 첨가해, 당(糖)과 중첩된 '당'으로 라임(운율)을 맞춰 유쾌함을 더했다. 오비맥주 '캬 소리 나는 맥주'는 시원한 맥주를 마실 때 나오는 의성어 '캬'로 제품의 청량함과 신선함을 직관적으로 강조했다.
 

▲(왼쪽 위부터) CJ프레시웨이 '당이 차오른당', 오비맥주 '캬 소리 나는 맥주', 농심 '렌지땡 뚝불면', 오리온 '꼬물탱
▲(왼쪽 위부터) CJ프레시웨이 '당이 차오른당', 오비맥주 '캬 소리 나는 맥주', 농심 '렌지땡 뚝불면', 오리온 '꼬물탱
농심이 지난 달 말에 선보인 용기면 신제품 '렌지땡 뚝불면'은 전자레인지 조리를 권장하는 취지로 조리 완료 시 '땡!'하는 전자레인지 소리를 제품명에 반영했다. 전자레인지 조리 시 100℃에 가까운 온도가 유지되는데, 이로 인해 면발이 탱글탱글하고 쫄깃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오리온 '꼬물탱'은 지렁이의 느린 움직임을 흉내낸 의태어 '꼬물꼬물'과 젤리 제품의 식감을 표현하는 '탱글탱글'을 조합한 네이밍의 '꼬물탱'으로 주 소비자층인 아이들과 재미와 맛을 동시에 추구하는 MZ세대 호응을 동시에 얻겠다는 계획이다.

펀 네이밍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팔도에서 팔도 비빔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2019년 2월에 출시한 한정판 제품 '괄도 네넴띤'이 있다. 팔도 비빔면을 야민정음(모양이 비슷한 글자들끼리 서로 바꿔 쓰는 표기법)으로 출시했는데, SNS상에서 크게 화제가 되며 일주일 치 첫 판매 물량이 무려 23시간 만에 완판됐다.

오뚜기가 열라면과 참깨라면을 조합해 지난해 10월 말에 선보인 '열려라 참깨라면'도 SNS상에서 입소문을 타고 소위 대박을 쳤다. 롯데마트 기준으로 출시 약 2주만에 봉지라면 부동의 1위인 신라면을 제치고 판매량 선두 자리에 올라선 바 있다.

MZ세대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언어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가 국내 핵심 소비층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만큼 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기업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뻔하지 않은 독특한 마케팅으로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는 것이 주 목적이지만, 결국 살아남는 것은 맛있는 제품이므로 차별화된 제품 질에 더욱 집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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