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모녀' 유가족 "범인 얼굴 공개하라"

2008-07-14     뉴스관리자
강화도 윤복희(47), 김선영(16) 모녀 납치.살해 사건의 현장검증이 14일 오전 9시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 하도리 윤 씨의 집 등에서 진행됐다.

   이날 현장검증은 안모(26) 씨 등 3명이 지난달 17일 오전 윤 씨를 납치한 윤 씨의 집을 시작으로 모두 8곳에서 3시간 반 가량 계속됐다.

   마스크는 하지 않고 모자를 깊게 눌러쓴 안 씨와 하모(27) 씨, 이모(24) 씨 등 3명은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귀가하는 윤 씨를 납치해 윤 씨의 집 앞 창고로 끌고가는 장면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윤 씨의 아들 등 유가족들은 현장검증 장면을 지켜보면서 경찰에 "모자를 벗겨 범인 얼굴을 공개하라"며 분노를 터뜨렸고 하도리 주민 20여 명도 마을에 사는 안 씨의 얼굴을 알아보고 같은 마을 주민을 살해한 안 씨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피의자들은 이어 하점면 신봉리의 농로에 무쏘 차량을 세우고 이 씨가 뒷 좌석에서 윤 씨의 목을 양손으로 조르는 장면과 하점면 창후리의 해안둑에서 김 양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모녀의 시신을 갈대밭에 던져 버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피의자들은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을 재연하기 전 심정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잘못했다, 죄송하다, 죽고싶다'는 말로 답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범행 시간 순이 아니라 납치 및 살해, 시신을 유기한 장소에서 먼저 이뤄진 뒤 이후 윤 씨의 무쏘 차량 및 휴대전화를 버린 장소와 딸 김 양을 납치한 학교, 윤 씨를 협박해 현금 1억원을 인출케 한 은행 등에서 계속됐다.

   특히 윤 씨가 현금을 인출한 강화읍의 K은행 앞에는 피의자들을 보려는 주민 100여 명이 몰렸지만 충돌을 우려한 탓인지 경찰은 피의자들을 차에서 내리게 하지는 않았다.

   윤희모(68.강화읍 신문리) 씨는 "사건이 일어난 뒤 강화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서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X들의 얼굴 좀 보려고 나왔다"며 분개했다.

   범행 모의에 동참했지만 실제 범행에 가담하지 않은 연모(26) 씨는 이날 현장검증에 나오지 않았다.

   안 씨 등 4명은 모녀를 납치해 1억원을 빼앗고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로 지난 12일 구속됐다.

   한편 하 씨와 안 씨가 2년 전 살해했다고 진술한 하 씨의 이복 여동생(당시 19세)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지난 13일 시화호 인근 하천변에서 발견됐으며 경찰은 이들에 대해 여죄를 계속 추궁 중이다.

   손청룡 강화경찰서 수사과장은 "시화호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한 뒤 이번주 안으로 강화 모녀 사건과 함께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며 "미제로 남았던 실종사건과 피의자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계속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