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방망이.주먹질하는 선수를 어떻게 그냥 둬"

2008-07-16     스포츠 연예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폭행 사건을 일으킨 주장 정수근(31)에 대해 입건 당일 임의탈퇴라는 초강수를 두뒀다.

   롯데는 16일 오후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날 새벽 경찰관과 시민을 폭행해 경찰에 입건된 정수근에 대해 논의한 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탈퇴를 신청했다.

사건 뒤 불과 15시간여 만에 입건에서부터 구속영장 신청, 임의탈퇴 결정이 모두 이뤄진 셈이다.

   롯데가 이처럼 단호하게 정수근을 포기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 정수근이 2004년 한 차례 음주 폭행 사건으로 경찰에 입건된 전례가 있는 점 ▲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 기로에 놓인 상황이라는 점 ▲ 팬들의 여론이 등을 돌린 점 등이 꼽힌다.

   정수근은 두산시절이던 2003년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사고를 친 뒤 2004년에도 부산 해운대에서 술을 마시고 시민에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등 잇따라 물의를 일으켜 왔다.

   이상구 단장은 임의탈퇴를 신청한 사유에 대해 "정수근이 2004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폭행 사건에 연루돼) 재론의 여지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에는 `전과'가 많았다는 점이 극약처방의 가장 큰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시즌 초반 상위권을 유지하던 팀 성적이 최근 떨어지면서 치열한 순위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 관계자는 "4강 싸움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고 이로 인해 팬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팀 분위기를 쇄신하고 전력을 가다듬기 위해 빠른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팬들의 의견 역시 정수근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사건이 알려진 뒤 인터넷 등에는 잇따라 물의를 일으킨 정수근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이는 결국 경찰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 위반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구속 영장을 신청하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오전까지 정수근의 신병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던 롯데 구단 역시 경찰이 구속으로 가닥을 잡은데다 팬들의 여론까지 들끓자 이를 재빨리 잠재우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내놓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마저 소속 선수의 일탈 행위에 대해 단호한 의견을 표시해 롯데가 임의탈퇴를 신청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 구단측에 "내일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표시했고 이는 곧바로 징계위원회에 반영돼 임의탈퇴 결정으로 이어졌다.

   로이스터 감독은 경기장 내에서는 선수들의 온화한 대변자를 자처하지만 보이지만 원칙에 벗어나는 행동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좋은 선수라고 생각했지만 적절치 못한 행동을 했다"며 "선수 한 명으로 팀 분위기가 흐트러져서 유감이다. 빨리 분위기를 바꾸는 데 신경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