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덕분에 살았네"..'김승연 보복폭행' 최기문.장희곤 집유

2008-07-24     이경환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최기문 전 경찰청장과 장희곤 전 남대문서 서장, 강대원 전 남대문서 수사과장의 항소심에서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들에 대한 1심의 유죄 판단이 그대로 유지됐고 장 전 서장의 경우 1심에서 무죄 판결했던 부분까지 추가로 유죄가 인정됐다. 그러나 사건의 발생 및 은폐 시도를 주도한 김 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관련자들이 더 높은 형을 선고받으면 형평성에 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상주 부장판사)는 24일 장 전 서장에게 청탁해 `보복폭행' 수사를 중단하도록 지시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최 전 청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청장 퇴임 이후에도 어느 정도 경찰 간부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한화에서도 경찰 관련 업무의 해결을 기대한 점, 피고인의 전화를 받은 장 전 서장이 즉시 현장 철수를 지시한 점 등을 보면 실제로 내사 중단을 청탁했다고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장 전 서장의 지시로 강대원 전 남대문서 수사과장이 내사를 중단했고 김 회장의 `보복폭행' 수사에 대한 필요성이 여전했는 데도 합리적 범위를 넘어 내사중단을 지시한 것은 부당하다"며 "광역수사대에서 남대문서로 사건이 이첩된 것도 위법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재벌그룹 회장 아들의 폭행사건을 그룹 차원에서 총동원해 은폐ㆍ축소하는 데 적극 가담해 `돈과 권력 앞에 수사기관도 무력하고 힘없는 서민만 처벌받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줘 엄벌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벌성이 가장 높은 김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은 점 등을 참작한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했다.

   또 재판부는 최 전 청장의 청탁에 따라 수사 중단을 지시한 혐의(직무유기) 등으로 구속기소된 장 전 서장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수사를 진행하지 않아 직무유기죄로 기소된 강 전 수사과장에게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 전 서장이 강 전 수사과장에게 내사를 중단하게 한 것은 수사를 의식적으로 포기하고 방임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면서 1심에서 무죄로 본 지난해 3월 12일부터 보름여간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전직 청장의 청탁으로 내사 중단을 지시해 관철시키고 사건이 이첩된 뒤에도 방치해 한화 측의 로비 및 사건은폐 시도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돈으로 수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장 전 서장 및 강 전 수사과장에 대해서도 "김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은 점과 사건 은폐 시도가 모두 무산돼 사건의 실체가 결국 밝혀진 점 등을 참작한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