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트디부아르 전에서 득점의 주인공은 '골키퍼'?
박성화호가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본선에서 만날 '아프리카 강호' 카메룬의 가상 상대인 코트디부아르를 2-1로 간신히 이겼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서 전반 40분 골키퍼 정성룡의 행운 섞인 85m짜리 초장거리 선제골과 후반 17분 이근호의 감각적인 결승골이 터졌지만 후반 29분 자책성 실점을 내줬다.
이로써 박성화호는 지난 16일 과테말라와 경기에 이어 평가전에서 2연승을 기록, 지난해 8월 첫 출항 이후 9경기 연속 무패행진(5승4무.8골3실)을 내달리면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확보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하지만 수비수들의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에 따른 실점 상황은 여전히 고쳐야 할 숙제로 남았다.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 처음 치른 평가전인 만큼 사실상 본선에서 활약할 정예 멤버로 나선 대표팀은 경기 초반부터 코트디부아르의 측면을 공략하며 골 사냥에 나섰다.
박주영(서울)과 이근호(대구)를 투톱으로 좌우 날개에 김승용(광주)과 이청용(서울)을 포진한 박성화 감독은 오른쪽 풀백 신광훈(전북)과 왼쪽 풀백 김동진(제니트)의 오버래핑을 앞세워 공격의 물꼬를 텄다.
과테말라와 평가전 이후 합숙 훈련을 펼쳐온 대표팀은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안정된 공수 간격의 바탕 위에 문전에서 짧은 패스로 골 기회를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대표팀의 초반 골 결정력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전반 8분 박주영이 후방에서 올라온 롱 패스를 받으려 했지만 골키퍼에게 먼저 차단당했고, 3분 뒤 골 지역 오른쪽을 파고든 이근호의 슛은 수비수 발끝에 걸리고 말았다.
한국은 전반 30분 김동진의 백패스가 상대 공격수에게 잘리면서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신광훈이 재빨리 백업을 하며 위기를 모면했고, 전반 38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단독 찬스를 맞은 박주영은 한 박자 늦은 슛으로 또 한번 골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답답한 공격 라인의 결정력에 힘을 보탠 것은 뜻밖에도 골키퍼 정성룡이었다.
정성룡은 전반 40분 백패스 받은 볼을 페널티 아크 부근까지 툭툭 치고 나오다 상대 진영을 향해 강한 롱킥을 날렸다.
정성룡의 발끝을 떠난 볼은 높이 날아가 코트디부아르 페널티 지역까지 날아갔고, 수비수와 골키퍼가 서로 볼 처리를 미루면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한 차례 튀면서 골키퍼 키를 넘어 그대로 골 그물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행운의 선제골을 앞세운 대표팀은 후반 17분 이근호의 재치가 돋보이는 결승골이 터지면서 승기를 잡았다.
후반 17분 '와일드카드' 김동진이 왼쪽 측면을 뚫고 올린 크로스를 이근호가 골 지역 정면에서 뛰어 오르며 오른발로 살짝 볼의 방향을 바꾸는 감각적인 골을 터트린 것. 이근호의 두 경기 연속 결승골.
대표팀은 이후 후반 24분 기성용의 헤딩슛이 수비수 선방에 막히고,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날린 박주영의 슛은 골키퍼 발 끝에 맞고 나오면서 추가골 사냥에 실패했다.
하지만 확실한 기회를 놓친 대표팀에 고질적인 조직력 저하가 찾아온 것은 후반 29분.
코트디부아르가 미드필드 지역에서 수비수 뒷 공간을 향해 띄운 볼을 오른쪽 풀백 신광훈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급하게 골키퍼 정성룡에게 헤딩으로 패스하려다 상대 공격수 야오 쿠아시 게르바이스에게 뺏기면서 추격골을 내줬다.
실점 이후 수비진은 몇 차례 위협적인 상황을 내주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 종료 직전 '골넣는 수비수' 김근환(경희대)이 투입되면서 안정됐다.
김근환은 휘슬이 울리기 직전 날린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면서 두 경기 연속골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박성화 감독은 "사실상 오늘 나선 선수들이 올림픽 본선에 나설 베스트 11"이라며 "조직력을 강조하고 빠른 템포의 공격을 시도했다. 최고로 만족하지는 않지만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많은 득점 기회를 날린 것은 아쉽다"며 "수비수가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쉽게 볼 처리를 하지 못한 부분도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표팀은 31일 호주 올림픽대표팀과 국내에서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뒤 내달 3일 중국으로 출국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