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민영의보 보장축소' 반발 이유?

2008-07-28     뉴스관리자
손해보험사 사장단이 28일 긴급 회동을 갖고 정부의 민영 의료보험 보장 한도 축소에 집단 반발한 것은 손해보험업계가 이 사안을 얼마나 절박하게 받아들이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회의에는 온라인 자동차보험사와 재보험사, 보증보험사를 포함해 15개 손보사 대표 중 14명이 참석했다.

  지난 1월 방카슈랑스 4단계의 시행을 막기 위해 보험업계가 똘똘 뭉친 이후 처음으로 보여주는 단결력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생명보험사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 민영의보 보장 축소 왜 나왔나
민영 의보의 보장 한도 축소가 처음 공론화된 것은 2006년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때다. 민영 의보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다는 이유였다.

   이를 이해하려면 민영 의보 상품의 성격을 먼저 알아야한다. 민영 의보는 각종 질병.상해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때 들어간 치료비, 수술비, 약값 등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손해보험사는 이런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부분과 법정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는 상품을 팔아왔다. 의료 실비를 전액 준다는 뜻에서 실손형으로 불린다.

   생명보험사는 암 등 특정 질병으로 진단받을 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형 상품을 팔아왔다. 그러다 5월부터 의료 실비의 80%를 보장해주는 실손형 상품을 내놓으면서 실손형 시장에서 손보사와 경쟁하는 입장이 됐다.

   유시민 전 장관은 당시 이런 민영 의보 상품들이 과잉 진료를 유도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영 의보가 의료비를 전액 보장하는 바람에 가입자들이 의료비를 '공짜'로 생각하고 꼭 필요하지 않아도 병원을 찾는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민영 의보의 본인부담금 보장을 금지하고 상품을 표준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실손형 상품을 팔고 있던 손보업계는 반발했다. '민영 의보가 건보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얘기가 실증된 바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엔 물론 시장 축소에 대한 우려도 담겨 있었다.

   정부와 업계는 갑론을박을 거듭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 문제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겼다. 지난 16일 KDI가 발표한 최종 결론은 "민영 의보 가입자가 비가입자보다 의료 이용이 적어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 손보사 반발하는 이유는
보장 한도 축소가 손보사 민영 의보 상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민영 의보 상품은 장기 상품에 각종 특약 등으로 부가돼 팔리면서 전체 손보 시장의 40%를 차지한다.

   손보업계는 실손형 민영 의보 시장의 선발 주자다. 30년 가까이 상품을 팔아왔고 그동안 쌓인 보험금 지급 통계를 바탕으로 의료 실비를 100% 보장해준다.

   소비자 입장에선 이 상품에 들면 병이 나거나 다쳐서 치료를 받을 때 돈 한 푼 안 들여도 된다. 건강보험과 민영 의보에서 모두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의 걱정은 보장 한도를 줄이면 후발 주자인 생보업계의 상품(80%만 보장)과 똑같아진다는 점이다. '100% 다 보장해준다'는 손보사 상품의 경쟁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게다가 손보사 상품에는 생보사 상품엔 없는 각종 제약(질병 보장 80세까지, 보장 한도 2억원 등)도 있다.

   그래서 손보업계는 "정부가 우리는 계속 손을 묶어놓은 채 생보사가 원하는 것만 해주는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결국 '밥그릇'을 내놓을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보장 한도 축소가 결국 개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손보사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보험사가 전부 다 보장하던 데서 20∼30%는 본인이 물도록 하면 실제 본인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생보업계는 "보장 한도 축소는 우리가 가타부타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다.

   방카슈랑스 4단계 시행을 앞두고 은행과 마찰이 불거졌을 때 이를 실력 저지했던 보험업계가 이번에는 생.손보 진영으로 분열된 가운데 어떤 결실을 거둘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