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과학의 '황홀한' 짝짓기

2008-07-31     뉴스관리자
죽음 이후 육신과 영혼의 운명에 대한 탐구서인 '스티프'와 '스푸크'를 펴냈던 미국의 여류 칼럼니스트 메리 로취의 세번째 책 '봉크'(파라북스 펴냄)가 번역, 출간됐다.

   앞서의 저작에서 죽음에 천착했던 로취는 이번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혹적인 주제인 성(Sex)과 과학의 짝짓기를 시도한다.

로취는 '생각만으로 오르가슴에 다다를 수 있을까','죽은 사람도 발기할 수 있을까','비아그라는 왜 남성에게만 효과가 있는 것일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섹스를 실험실 속으로 끌어들인 성생리학 연구자들과 그들의 실험을 따라간다.

   책은 온통 '어떻게 되는가','이유는 뭔가','어떻게 하면 더 잘되게 할 수 있는가' 등 섹스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다. 그만큼 '야하고' 거북스러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책은 당당하고 거침없다.

   인간의 섹스를 공개적으로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사람으로는 '킨제이 보고서'로 유명한 알프레드 킨제이를 떠올리게 되지만 성적 흥분과 오르가슴을 실험실이라는 공식적인 영역 안으로 들여놓은 최초의 연구과학자는 심리학자 존 왓슨이었다.

   1913년 '행동주의'라는 이름의 심리학운동을 창시한 왓슨은 과학이 인간의 성을 대할 때 인간의 영양학이나 천체 등을 대할 때와 똑같은 태도를 취하지 못하는 풍조에 분개하면서 인간의 행동을 실험실이라는 환경 속에서 연구하고자 했던 인물. 그는 당시 혼외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제자와 성관계를 하면서 상대방의 신체반응에 대한 '수치를 측정하고 기록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에서 부인과 의사로 일하던 윌리엄 마스터스는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버지니아 존슨이라는 여성 조수와 함께 생식생물학연구재단의 후원을 받아 인간의 오르가슴과 성적 흥분에 대한 공개적인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실 환경 속에서 커플이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필름에 담고 여자와 남자가 다른 남자와 여자 앞에서 자위행위를 한다. 남자 한 사람이 직접, 또는 촬영된 필름을 통해 오르가슴 중인 여자의 성기를 찬찬히 살피고 매춘 종사자들이 베타 테스터로 활용된다. 지금으로서도 충격적인 이 실험에는 모두 이성애자이며 기혼자이고 대부분 대학교에서 일하고 있거나 대학 교육을 받은 276쌍이 참여했다.

   피험자들은 심박수와 혈압을 측정하는 기계에 연결돼 있었고 마스터스와 존슨은 1966년 실험 결과를 '인간의 성반응'이란 단행본으로 내놓았다.

   마스터스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일반적인 성관계 동안 자궁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내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피스톤 운동을 하는 페니스 카메라, 일명 '성교기계'를 만들어 인공성교 실험을 하기도 했다. 이 기계는 '수 백 차례의 완성된 성반응 주기'를 촬영했고 이 연구는 질의 윤활작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

   책에는 이 밖에도 실험실과 사창가, 자기공명영상(MRI)센터, 돼지농장, 성인용품 개발 연구실 등 갖가지 장소에서 진행됐던 성생리학 실험의 현장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저자는 아직도 '더 나은, 더 만족스런 섹스'를 찾아내려는 과학의 노력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사람들은 섹스와 관련된 연구에 대해 연구자를 변태가 아닐까 하는 눈으로 바라보기 십상"이라며 "이 책은 감히 이 같은 연구에 나선 사람들에 대한 경의의 표시"라고 말했다.

   책 제목 '봉크'(BONK)는 부드러운 것이 부딪히는 소리를 나타낸 의성어 '퉁,통'을 뜻하며 속어로 '성행위'라는 의미도 있다.

   권루시안 옮김. 396쪽. 1만7천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