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투기자의'촌지실록'<6>기자도 출입처도 '당고' '당고'
조간신문 기자는 석간신문 기자와 함께 출장을 다니면 피곤하다. 반대로, 석간신문 기자가 조간신문 기자와 같이 출장을 가도 역시 피곤하다. 습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도 180도로 다르다.
조간신문 기자는 밤늦도록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걸핏하면 야근을 해야 한다. 마감시간이 늦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간신문 기자는 아침에 늦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늦도록 일을 했으니 늦게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조간신문 기자들의 습관이 되었다.
석간신문 기자는 정반대다. 꼭두새벽부터 출근을 서두른다. 그래야 오전 중에 기사를 마감하고, 점심때쯤 신문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석간신문 기자는 기상시간이 빠르다.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해도 일어나는 시간은 항상 빠르다. 직업의식이다. 이것이 생활화되었다. 그 대신 낮에 잠깐씩 눈을 붙이는 습관도 있다.
김봉투 기자는 석간신문 기자다. 방석집과 '완월동'을 거쳐가며 거의 밤새도록 술을 마셨는데도 습관이 되어서인지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술을 깰 겸 호텔 로비에 있는 커피숍으로 내려갔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 사이에 다른 석간신문 기자들도 한 명씩 차례대로 커피숍에 나타났다.
몇 명이 모이자, 호텔 식당으로 가서 해장이 될만한 것을 시켜 먹었다. 그래도 시간은 오전 8시를 좀 넘었을 뿐이다. 다시 커피숍으로 들어가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조간신문 기자들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참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다시 객실로 올라가 '해장 고스톱'으로 시간을 때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조간신문 기자들이 일어나는 것을 기다려야 했다. 생선을 산다며 자갈치시장으로 떠난 기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객실에 모여 '판'을 벌였다.
판에서 불똥이 튈 시간쯤 되어서야 간사가 눈을 비비며 객실로 들어왔다. 간사는 조간신문 기자였다. 늦게 기상해서 기자들이 모여 있는 객실로 찾아온 것이다. 당연히 판에 합류할 참이었다.
간사는 합류하면서도 간사가 할 '가장 중요한' 일을 잊지 않았다. 흰 봉투를 꺼내더니 고스톱 치는 데 보태라며 약간씩의 '낑'을 일일이 나눠준 것이다. 아마도 지방 금융기관이 '협조'한 '출장비'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 금융기관은 '봉'이었던 셈일까. 간단하게 계산해봐도 '호텔 숙박비+방석집 술값+완월동 눈요기값' 등을 모두 부담했는데, 여기에 '출장비'까지 '협조'한 것이 된다. 작게는 기자들이 아침에 마신 커피값과 해장 음식값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죄다 합치면 간단치 않은 금액이 된다. 틀림없이 거액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귀동냥으로 들은 얘기가 있었다. 현지에 있는 여러 금융기관들이 기자들에게 들인 경비를 '분담'했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기자들에게 '협조'한 경비를 여러 금융기관들 역시 '협조'해서 똑같이 나눠 냈다는 것이다. 한 금융기관이 '총대'를 도맡아 메기에는 아마도 벅찼을 것이다.
기자들이 어떤 기사를 쓰지 않기로 합의하거나 똑같이 쓰는 것을 속된 말로 '당고'라고 한다. '담합'을 말한다. '낑'을 받았든, 특별히 봐줄 이유가 있든 간에 기자들이 '당고'를 하면 그 기사는 보도되지 않는다. 아니면 글자 하나 다르지 않게 똑같이 보도된다. '당고'를 깨는 것은 기자의 양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방 금융기관들도 어쩌면 기자들처럼 '당고'를 했을지도 모른다. 출장을 오겠다는 기자들을 말릴 재간은 없으니, 경비라도 '당고'를 해서 똑같이 분담하자는 것이다. 그런 일은 적지 않았다. 누구는 더 부담하고, 누구는 덜 부담하면 나중에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2006.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