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투기자의'촌지실록'<7>왜 기자실은 신참내기를 돌려세울까?
김봉투 기자가 간사와 머리를 맞대고 출장계획을 짜며 쑥덕공론을 하고 있을 때였다. B신문사의 박 기자가 김봉투 기자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B신문사는 사세가 크지 않아 한국은행에 기자를 출입시키지 않았다가 얼마 전부터 내보내기 시작한 신문사였다. 박 기자 또한 기자생활이 짧은데다 나이도 젊은 신참 기자였다.
박 기자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김 선배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한국은행 출입기자는 한국은행만 취재하는 것이 아니다. 시중은행이 있고, 특수은행이 있다. 현재는 금융감독원으로 확대된 은행감독원이 있고, 은행연합회도 있다. 금융 관계기관도 상당히 있다. 물론 지방은행도 가끔 취재해야 한다. 외국은행 지점도 빼먹을 수 없다. 소위 '나와바리'가 제법 넓은 것이다.
이 '나와바리'에 '출입하려면, '한국은행 출입기자 명단'에 들어야 한다. 한국은행은 출입기자 명단을 작성, 각 '나와바리'에도 보내주고 있다. 명단에는 기자의 이름과 함께 사진도 들어 있다. '나와바리'가 모두 금융기관이라 한때는 '금융단 출입기자'라고 했다.
그런데 박 기자가 한국은행을 출입하다 보니 한가지 애로사항이 생겼다. 출입기자 명단에 박 기자는 물론이고 박 기자의 신문사 자체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안면을 익히지 못한 몇몇 '나와바리'에서는 모르는 기자라며 취재를 거부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신설 신문사나, 또는 인력이 부족한 신문사가 사세를 확장하고, 취재범위를 넓히기 위해 새로운 '출입처'에 기자를 내보낼 경우 종종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주로, 기존 출입기자들의 '텃세' 때문이다. 기존 출입기자들이 새로 출입하는 기자를 '기자실'의 공식 멤버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출입기자가 많아지면 취재경쟁도 그만큼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존 출입기자들의 '텃세'는 취재경쟁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취재경쟁 따위는 우스웠다. 기사는 빠뜨려도 그만이다. 속된 말로 '물먹어도' 그만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낑'이었다. 출입기자가 늘어나면, '낑'이라는 '파이'를 더 잘게 쪼개서 나눠먹어야 하는 것이다. '파이'를 더 잘게 쪼개면 기자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파이'가 더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나눠먹기가 싫은 것이다. 먹을 바에는 큰 '파이'를 먹겠다는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새로 출입하는 기자는 '기자실'의 공식 멤버로 인정받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마지못해서 공식 멤버로 받아들일 경우에도 "새로 출입하는 신문사의 기자는 6개월 이상 지나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단다. 받아들이지 않거나, 받아들이더라도 가급적이면 늦게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기자들은 '무관의 제왕'이어서인지 '동업자'에 대해서는 이렇게 '배타적'이다. '제왕'은 숫자가 많으면 안 되는 것이다. '동업자'도 정식으로 '무관의 제왕' 반열에 오르려면 기자실의 공식 멤버가 되어야 한다. 이것을 '기자실 가입'이라고 한다.
박 기자의 부탁이란 요컨대 기자실에 가입시켜달라는 얘기였다. 박 기자는 신참이지만, 똑똑했다. 기사를 가끔 예리하게 썼다. '낑'을 나눠먹자고 가입시켜달라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취재를 거부당하는 것이 억울해서 가입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래야 취재를 마음먹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봉투 기자는 이런 박 기자에게 가끔 점심을 사주기도 했다. 박 기자도 김봉투 기자를 따랐다.
도와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려웠다. '기자실 가입'은 출입기자 전체가 '기자 총회'를 열고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출장을 앞두고 있었다. 지금 박 기자를 가입시키면 당장 '파이'를 잘게 쪼개는 문제와도 직결될 것이다. 모두들 반대할 것이 뻔했다. 박 기자와 무슨 관계라도 되는가 따지려고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때'가 안 좋았던 것이다. (2006.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