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번 사태는 분쟁 이상의 진통 가져 올 것"

2008-08-09     정수연 기자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를 이루는 카프카즈(영어명 코카서스) 산맥의 한 자라에 위치한 그루지야가 1990년대 초 반군과의 독립 전쟁에 이어 이번에는 독립국가연합(CIS)의 맏형격인 러시아와 사실상 전쟁 상태에 들어갔다.


인구 460만 명의 그루지야는 남쪽으로 터키와 아르메니아가, 남동쪽으로 아제르바이잔, 북쪽으로 러시아, 서쪽으로는 흑해에 접하고 있다.


특히 카스피해와 흑해를 연결하면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각종 에너지 자원의 중간 통로 역할을 해 서방과 러시아로부터 항상 주목을 받아왔다.


3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그루지야는 교통과 교역의 중심지로 주변국들의 침략이 끊이지 않았고 1918년 제정러시아로부터 독립했다가 1921년 볼셰비키 붉은 군대의 침공으로 구 소련연방의 일원이 됐다.


1991년 구소련의 몰락과 함께 독립했지만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아 2개 자치 공화국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반군 세력과 전쟁을 치러야 했고 유엔의 중재로 정전협정이 체결됐다.


이후 그루지야에는 서방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거세게 일었고 지난 2003년 장미혁명으로 친미 성향의 미하일 사카쉬빌리 정권이 탄생했다.


그루지야는 CIS회원국이면서도 우크라이나, 몰도바 등과 함께 반(反)러시아 성향의 국가협의체인 `구암'을 결성하는가 하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CIS 탈퇴하겠다는 뜻도 여러 차례 천명했다.


흑해 연안에 위치한 압하지야와 카프카즈 산지에 위치한 남오세티아는 영토 통합을 원하는 사카쉬빌리에겐 골칫거리고 두 자치공화국에 평화 유지 명목으로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군대도 눈엣가시다.


두 자치공화국은 분리.독립을 호시탐탐 노리면서 그루지야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지난 2006년 남오세티아는 주민 투표를 실시, 대다수 주민들이 독립에 찬성했지만 러시아를 제외한 미국 등 서방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코소보 독립은 자극제가 됐고 분리.독립 운동에 불을 지폈다. 유엔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에 독립을 인정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두 자치공화국에 매년 수억 달러를 지원해 온 러시아는 즉각 독립을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는 나토 가입을 원하는 그루지야를 압박할 수단이 됐다.


결국 그루지야 내 두 자치공화국의 분리.독립의 사슬은 다시 그루지야와 러시아를 연결, 풀기 어려운 삼각 고리를 만들어 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2006년 그루지야가 러시아 군 간부 4명을 간첩혐의로 체포하자 러시아가 양국을 오가는 우편, 항공기, 여객선, 육상 교통을 중단시키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그리고 지난해 8월 그루지야 영토 내에서 러시아 정찰기 격추사건이 벌어지면서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갔고 지난 1월 사카쉬빌리 대통령이 어렵사리 재선에 성공하면서 러시아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면서 러시아와 관계가 일시 좋아지는 듯 했다.

얼마 뒤 러시아가 그루지야산 포도주 수입을 제외한 모든 제재 조치를 풀기도 했다.


그러나 그루지야가 지난 4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가입 전단계인 `회원국 행동계획(MAP)'를 제출하는 등 나토 가입 움직임을 보이자 러시아가 이를 막아섰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두 자치공화국과 협력 강화 방침을 천명하면서 다시 양국 관계는 긴장 모드로 바뀌었다.


또 그 무렵 그루지야 무인 정찰기가 잇따라 격추되면서 그 행위자로 러시아가 지목됐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가 평화유지군 수를 늘리는 한편 그루지야는 두 자치공화국 국경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면서 전쟁 위기설이 제기됐다.


그루지야는 러시아가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을 마치 자신의 앞마당으로 간주, 충성과 협력을 동시에 원하면서 자국 이익을 챙기려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오일 머니' 덕택에 냉전 시절 위상에 오른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턱밑에 위치한 그루지야와 같은 나라가 절실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이번 그루지야 사태는 코소보 분쟁 이상의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