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

2008-08-11     뉴스관리자
'로마의 휴일', '마이 페어 레이디',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의 영화로 지금도 수많은 남성들에게 '이상형'으로 꼽히는 배우 오드리 헵번의 평전 '오드리 헵번 스토리'(북북서 펴냄)가 출간됐다.

   남작 가문에서 태어나 나치에 협력한 아버지를 두었고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했으며 말년에는 제3세계의 어린이들을 위한 구호활동에 전념했던 오드리 헵번의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이 소개된다.

   오드리 헵번이 실제로는 '헵번'가의 자손이 아니었고, 자신이 여섯 살 때 이혼한 아버지가 영국에서 나치 사상을 보급하는 최전선 역할을 했던 유럽통신회사에서 일했다는 등의 어두운 가족사부터 그녀를 스타덤에 올려 놓은 고전 명작 영화들의 촬영에 얽힌 뒷이야기 등 스크린 속 오드리 헵번의 이미지 뒤에 감춰진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첫 남편 멜 퍼러와의 사랑과 이혼, '로마의 휴일'에 같이 출연했던 배우 그레고리 펙과의 스캔들, 서른 명 정도의 하객만 참석한 가운데 스위스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던 두 번째 결혼, 그녀와 평생 플라토닉한 관계를 유지했던 디자이너 지방시와의 인연 등도 흥미롭다.

   말년 그녀의 영화 못지 않게 그녀의 이름을 세계인의 가슴 속에 깊이 각인시켰던 유니세프 친선대사 활동에 얽힌 이야기도 담겨있다.

   1년에 1달러 이외에는 어떤 보수도 받지 못하고 공식적인 출장과 숙박비 외의 모든 비용은 직접 부담해야 하며 현지의 풍토병에 걸릴 위험과 내전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을 무릅써야 하는 친선 대사직에 스스로 유니세프 사무실을 찾아가 자원하고 "영화배우로서의 인생보다 아프리카의 고통받는 어린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더 행복했었다"고 말하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을 통해 그녀가 지금까지도 '만인의 연인'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듯 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레타 가르보, 비비안 리 등의 전기를 쓴 아일랜드 태생의 영화평론가 알렉산더 워커가 글을 썼다.

   김봉준 옮김. 560쪽. 1만9천800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