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 침공이 HIV저항력 낮춰"
로마제국이 퍼뜨린 질병으로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 국민들의 에이즈 바이러스(HIV) 저항력이 타 지역보다 낮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 영국 BBC에 따르면 프랑스 프로방스 대학 연구진은 유럽인 1만9천명을 대상으로 HIV 저항 유전자인 'CCR5-Delta32' 보유 비율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HIV 저항 유전자 보유 비율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 그리스, 스페인 등 로마제국의 식민지배가 오래 지속된 국가일수록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유럽 등 로마제국의 침략을 받지 않은 지역에서는 국민의 15% 이상이 HIV 저항 유전자를 갖고 있었지만 독일과 잉글랜드 등지에서는 보유율이 8~11.8%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는 로마 병사.장교와 현지인의 유전적 결합에 따른 결과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런 류의 결합은 일반적 현상이 아니었던 데다, 로마제국 군대는 이탈리아 반도뿐 아니라 여러 속국들로부터 징집된 병사들로 구성된 혼성군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지적이다.
연구진은 과거 식민지의 HIV 저항 유전자 보유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까닭은 로마군이 이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퍼뜨린 탓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과학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 최신호에 실렸다.
그러나 영국 리버풀 대학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는 로마제국의 탓이 아니라 유럽을 주기적으로 휩쓸었던 흑사병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유전자는 HIV뿐 아니라 흑사병에도 저항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흑사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면서 자연스레 저항 유전자 보유율이 10%대로 높아지게 됐다는 것.
'CCR5-Delta32' 변이유전자는 유럽과 서아시아 이외 지역에서는 2만명 중 1명꼴로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