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고장, 음식 썩었어? 싸 보내!"

늦더위 냉장고'불친절.늑장.바가지'AS 제보 쇄도

2008-09-22     정수연 기자

"한 여름 같은 날씨에 냉장고가 고장 나 음식물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해요"

잦은 고장에  비싼 수리비까지...냉장고 애프터 서비스(AS)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냉장고는 하루라도 고장나면 주부들이 심각한 불편을 겪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 냉장고안의 음식물이 썩어  버릴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어떤 가전제품보다 신속한 AS가 요구되는 제품.

그러나 업체들의 늑장 AS와 불친절한 대응으로 주부들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더우기 냉장고 고장후 냉장고안에 든 음식물의 배상처리를 둘러싸고도 업체와 소비자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사례 1= 영월군 서면의 최모씨는 지난 1일 ‘삼성 지펠’ 냉장고가 고장 나 AS를 요청했다, 냉동실 얼음 투입구에서 물이 떨어지고 냉장실도 작동이 되지 않았다, AS센터 직원은 “냉장고가 쉬는 시간이 필요하니 하루 지나 다시 연락하라”고 말해 다음날 전화로 다시 AS를 접수했다.


그러나 최씨집을 방문한 AS 기사는 
대뜸 “냉장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가 삶으려고 바닥에 뒀던 행주를 끌고 가서 발로 물을 대충 닦더니 그 행주로 다시 냉동실을 닦아냈다.


또 냉장고 위에 있는 센서를 고치면서 “부품을 잘못 가져왔는데 얼음 사용 안하면 안되냐?”고 말한 후 수리 중 깨진 덮개도 그냥 덮으려 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최씨는 “기사의 행동이 너무 기가 막히고 불쾌해 할 말을 잃었다”고 전했다.


기사가 돌아 간 후  냉장고의 상태가 전혀 나아지지 않아 최씨가 AS 센터에 전화해 방문했던 기사에게 “냉장고가 고장인데 왜 아니라고 하며 고치지도 않고 갔느냐”고 묻자 기사는 “내가 언제 그랬냐”며 펄쩍 뛰었다.


최씨는 기사와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아 서비스 센터와 고객 상담실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자 그날 저녁 센터 소장과 냉장고 전문가가 최씨의 집을 방문했다.


하지만 소장과 냉장고 전문가는 "미안하지만 지금은 수리가 안 되고 모레 와서 고치겠다“고 말한 뒤 돌아갔다.

최씨가 “시간이 오래돼 냉장고의 식품들을 모두 버렸다”고 강하게 항의하자 소장은 "식품 값을 배상하겠다"고 했다.


이틀 후 최씨의 집을 다시 방문한 AS 기사는 불쾌한듯 최씨에게 인사도 건네지 않은 채 
냉장고의 상태나 어떤 수리를 할 것인지 말 한마디 안하고 일방적으로 작업을 하다 갑자기 밖으로 나가 한참을 돌아오지 않았다.


최씨가 궁금해서 나가보니 기사는 “광주에서 보낸 부품이 도착하지 않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AS를 받는데 무려  5일 걸렸다. 가정에서 한여름에 냉장고 없이 사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전혀 헤아리지  않는다"고 불평을 터트렸다.


최씨는 기사가 수리를 마치자 화가나서 냉동실 식재료와  정신적. 시간적 피해보상, 전화경비까지 모두 배상받고 싶다고 항의했지만 기사는 대뜸 “썩은 식재료를 모두 싸서 보내달라”고 말한 뒤 돌아가버렸다.


이에대해 삼성전자 담당자는 “서비스 과정에서 기사와 소비자간 의사소통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최씨의 민원은 이미 접수해 원만하게 처리를 마친 상태다.냉장고 자체 하자나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례 2 = 수원시 영통구의 김모씨는 최근 LG 디오스 냉장고를 사용하던 중 새벽에 갑자기 냉장고 배선 케이스에서 타는 냄새가 나 코드를 뽑는 바람에 화재를 막을 수 있었다.


냉장고 주변엔 가스렌지가 있고 아이들 방이 주방 옆에 위치해 있었기에 김씨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김씨는 즉시 서비스 센터에 민원을 접수했고 센터 측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받아들여 소장이 직접 냉장고를 조사하러 방문했다.


소장은 냉장고 사진을 촬영한 후 “과열로 인해 전선 피복에 그을린 것으로 화재의 위험이 있다”고 인정하며 “냉장고에 문제가 있으니 보상을 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날씨가 더워 음식물이 많이 상했겠네요”라고 묻고는 제품 회수를 서둘렀다.


김씨는 “화재 발생의 위험이 있을 만큼 심각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LG측으로부터 성의있는 사과를 받고 싶었지만 소장이 제품 회수를 서둘러 문제를 무마시키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소장에게 상한 음식물에 관한 보상과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소장은 대뜸 “음식물 보상으로 20만원이면 되겠냐.다른 피해는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오면 보상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소장이 자신을 돈이나 뜯어내려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불쾌한 나머지 본사 콜센터로 전화해 이같은 내용을 알리고 책임자와 통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직원은 전화를 바꿔주지 않고 “내일 책임자가 전화를 줄 것”이라는 말만 남겼다.


김씨는 “화재가 발생할 뻔한 상황이었는데도 LG전자의 태도가 너무 안일하고 소홀해 신뢰를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김씨의 민원이 접수 됐을 당시 담당자가 김씨에게 직접 연락해 일을 원만히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냉장고 내부 음식물과 관련해서는 실물보상원칙에 의거해 소비자가 손해 입은 음식물에 대한 보상처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사례 3= 서울시 상계동의 이모씨는 지난 2002년에 대우 냉장고 FR-B522BQ 모델을 90만원에 구입해 사용하던 중 콤프레셔의 잦은 고장으로 수십만원의 비용을 들여  유상수리를 3번이나 받아야 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씨는 지난 2006년 5월 사용 중인 냉장고가 갑자기 작동이 안 돼 노수통작업, 제상 히터, 드레인히터 교환 등으로 수리비 6만원을 지불했다.


이씨는 “냉장고가 처음 고장 난데다 수리비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무상 수리 기간 4년을 넘기자마자 고장 나 속상했다”며 “이웃들의 경우 10년을 수리 한 번 없이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 해 1월 냉장고 소음이 너무 심해 AS를 요청하자 집으로 방문한 기사가 “콤프레셔가 고장나서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 후 수리비 19만 3000원을 청구했다.


이씨는 냉장고를 새로 사려니 부담이 크고 수리 않고 지내려니 음식물 보관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요구금액을 지불하고 수리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또 탈이났다. 냉장고 소음이 다시 심해져 AS를 요청하자 기사가 방문해 “콤프레셔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깜
짝 놀란 이씨가 “작년에 교체한 부품이 또 고장 날 수 있냐”고 항의했지만 기사는 “교체 하지 않으면 냉장고 사용이 불가능해 질 것”이라며 수리비 18만 5000원을 청구했다.


이씨는 “냉장고가 1, 2년에 한 번 씩, 수리비 십 수 만원을 지불하고 고쳐서 사용하는 물건이냐”며 “앞으로 더 쓰면 수리비가 냉장고 가격을 넘어서지 않겠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우 일렉트로닉스 측 담당자는 “콤프레셔 부품으로 인한 소비자 민원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냉장고 부품중  콤프레셔 가격이 가장 비싸기 때문에 어쩔수없다”며 
  “콤프레셔의 수리비용은 용량, 년도 별로 다르게 책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비싼 주요 부품비는  운반, 출장비 등 추가 지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관련 내부 체계를 개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