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직장상사 때문에 여드름 '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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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의 회사원 L씨는 얼굴 전체적으로 툭툭 터져나오는 듯한 화농성 여드름이 심했으며 피부는 심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원래는 여드름 같은 거 나본 적이 없는데, 한 2년 전쯤부터 나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여드름 체질이 돼버린 것 같아요. 어떻게 좀 할 수 없을까요?”
그녀는 정말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조금 통통하긴 해도 복스러운 이미지였는데, 여드름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되는 모양이었다.
“직업이 텔레마케터라구요? 일은 재미있어요? 말을 많이 하니까 목이 아프겠군요.”
“목이 아픈 건 참을 수 있어요. 제일 참기 힘든 건 우리 부장님한테 깨지는 일이죠. 매일 회사에 가는 게 짜증스러워요.”
L씨의 얼굴은 이렇게 말하는 사이 금세 붉어졌다. 안 그래도 화농성 여드름으로 불붙은 것 같은 얼굴인데 빛깔까지 붉어지니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였다. 일단 신체검사부터 들어갔다. 키 160cm에 몸무게 66kg. 과체중이라는 진단이 나왔고 체질상으로는 열태음인(열이 많은 태음인)이었다.
“언제부터 지금의 몸무게를 유지하기 시작했나요?”
“저 원래 이렇게 뚱뚱하지 않았어요. 몇 달 전부터 찌기 시작하더니 10kg이나 늘었어요.”
“폭식하는 편인가요?”
“예…….”
그녀는 끼니를 거를 때도 종종 있지만, 어쩌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먹게 된다고 했다. 아마도 지나친 스트레스 때문에 폭식을 하는 경우인 것 같았다. 지금의 상사가 새로 부임해 온 것은 다섯 달 전이었다고 했다. 전에 있던 상사는 나이가 많아서 그녀를 마치 조카처럼 예뻐하고 항상 격려해주었는데, 새로 온 상사는 웬일인지 그녀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고 했다. 처음엔 실적이 저조하다고 트집을 잡더니 나중에는 전화를 받는 태도나 옷차림 등을 가지고 나무라기 일쑤였단다.
이렇게 상사 때문에 기분이 상하는 날들이 이어지면 며칠에 한 번씩은 꼭 폭식을 하게 된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 밥 세 공기는 물론이고, 집 앞 빵집에서 산 식빵 한 줄을 다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한 통씩 먹고 나서야 기분이 좋아져 잠이 온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에게는 집안 문제도 있었다. 아버지가 주식을 하다가 가산을 탕진하는 바람에 장녀인 그녀가 가장 아닌 가장 노릇을 하게 된 것이다.
사회생활 하는 재미 중의 하나가 돈을 모으며 느끼는 뿌듯함일 텐데, 그녀에게 저축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었다. 유행하는 옷 한 벌 사기도 빠듯한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이렇게 일해서 뭐하나 하는 무기력감에 빠졌다.
결국 그녀는 스트레스와 무기력감을 먹는 것으로 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2년 전부터 피로 누적과 소화불량 때문에 산발적으로 나던 여드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 도화선이 바로 폭식과 스트레스였다.
많이 먹으면 위장에 음식물이 남아 있는 시간도 길어진다. 위장이 처리할 수 있는 음식물의 양은 일정한데, 과하게 먹으니 위장이 피로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위장에 열이 발생하고, 그 열이 얼굴로 쏠린 게 한 가지 원인이다. 또 위장이 음식물로 가득 차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 몸의 상, 중, 하초의 기혈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몸의 중심이 꽉 막혀있기 때문이다. 몸의 중심부가 막혀 있으면 상체의 열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또 하체의 물 기운이 상체로 올라가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스트레스 자체가 몸 속에서 열로 작용하니 여드름이 불붙듯 솟아 오르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몸 속에서 열로 작용한다? 이건 무슨 말일까?
화가 났을 때를 한번 상상해보라. 누구나 “아이고, 열 받아!” 라고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실제로 얼굴에 열이 확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문에 아무리 좋은 약을 먹고 발라 당분간 여드름이 잠잠해진다고 해도, 그 여드름의 도화선인 스트레스를 차단하지 않으면 100퍼센트 재발한다.
그 상사를 잘 관찰해보라. 부하 직원 누구한테나 잔소리를 하는 타입은 아닌지 말이다. 그런 타입이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게 좋다. 어차피 나오는 대로 뱉어버리고 쉽게 잊어버리는 성격일 테니. 그러려니 해야지 자꾸 신경쓰다 보면 결국 망가지는 건 내 피부다.
누군가 내게 스트레스를 잔뜩 준다면 이렇게 생각하자.
‘화내봤자 나만 손해지. 내 얼굴을 위해서 오늘도 내가 참는다.’
※ 사춘기에도 안 나던 여드름이 20대 중후반에 나는 이유는?
보통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대부분의 여드름이 사라진다. 자연스럽게 피지를 분비하는 피지선기능이 저하되면서 피지량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스트레스 때문에 뒤늦게 여드름이 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르몬의 변동(아드레날린 자극)이 일어나는데, 스트레스에 반응할 대 분비되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증가로 피지가 증가된다. 이 증가된 피지 때문에 여드름이 갑자기 생기는 것이다. 여드름을 예방하려면 평소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좋다.
이은미한의원 원장 이은미 한의학박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