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대본 끝부분 '가위질'..작가 "???"
결국 '워킹맘'의 선택은 사표 쓰는 것?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직장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SBS TV '워킹맘'(극본 김현희, 연출 오종록)이 18일 황당한 결말을 보여주며 퇴장해 원성을 사고 있다.
이날 '워킹맘'은 어렵게 복직, 온갖 장애를 딛고 패션쇼를 성공적으로 마친 가영(염정아 분)이 미국으로 진출할 기회를 포기하는 데 이어 난데없이 사표까지 던지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임신한 상태인 가영은 "이제 조만간 배도 불러오는데 미국은 못 갈 것 같다"며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을 포기했다. 그러면서 가영은 그동안 지독하게 속을 썩였던 전 남편 재성(봉태규)을 아이의 아버지라는 이유로 선선히 다시 받아들인다.
이 같은 결말에 대해 시청자들은 '워킹맘'의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기가 막히다", "결국 이런 결말이었냐"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아이디 sunamaum은 "여자는 직장 그만 두고 애보기? 이렇게 짜증나는 결말 처음이네요!", coral2k는 "여태 재밌게 봐오다가 끝에서 완전히 깨는군요. 꼭 엄마는 자식과 가정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게 미덕인가요? 진짜 마지막에 이렇게 실망시켜도 되는건가요?"라고 비난했다.
tromaker는 "마지막회 보고 배신감에 정말 잠이 안 옵니다. 워킹맘들을 아주 비현실적으로 그렸고 아주 비상식적이기에 화내는 겁니다", zxc500은 "진짜 너무 하는 결말 아닌가요? 화가 치밀어오르네요. 정말 시청자 맥빠지게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이 같은 결말에 대해 작가 자신도 기막혀 한다는 사실.
'워킹맘'의 김현희 작가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제 방송을 보고 너무 황당했다. 대본의 결말은 그게 아닌데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편집된 상태로 끝이 났다"며 기막혀했다.
대본에서는 가영이 사표를 던진 후의 신이 또 있다는 것. 회사에서 가영을 강력하게 붙잡으면서 사표는 반려되고, 가영은 '워킹' 보다 '맘'이 더 중요하다며 워킹맘들이 직장에서 더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회사에 강력하게 요구하며 막을 내린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이 부분까지 촬영은 마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엉뚱하게 편집과정에서 이 부분이 아무 설명도 없이 잘려나갔다. 도대체 왜 이 부분을 편집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해했다.
그는 "가영은 워킹맘들에게 출퇴근 연봉제를 적용하고, 불필요한 회식을 빠질 수 있는 권리와 출산휴가를 눈치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한다. 회사가 승진과 연봉 상승을 제안하자 가영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워킹맘들의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라고 외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영이 계속 일을 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재성이 맡게된다. 재성은 '남자가 애 보지 말라는 법 있냐? 당신은 일을 해라. 애들은 내가 보겠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감독님은 처음부터 이러한 결말보다는 가영과 재성의 재결합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이렇게 편집하면 되나"라며 황당해했다.
수목 드라마 대전 속에서 시청률 1위를 고수해온 '워킹맘'은 이날 마지막회에서 시청률 15.8%를 기록했다. 이는 KBS 2TV '바람의 나라'와 같은 성적이며, MBC TV '베토벤 바이러스'는 14.8%를 기록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