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폭등...가계고통 첩첩산중

2008-09-29     뉴스관리자
<환율폭등> 물가에 직격탄..경제 갈수록 '태산'

  미국의 금융위기가 구제금융 법안에 대한 미 정부와 의회의 합의로 고비를 넘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지만 외환시장은 안정을 찾기는커녕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면서 우리 경제를 어렵게 몰아치고 있다.

   환율 급등은 물가 상승과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며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실물경제로 파급되면서 경기 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거침없이 오르는 환율 때문에 통화옵션상품인 `키코'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흑자도산의 위기에 몰렸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기러기 부모들은 해외 송금 부담으로 호주머니를 바짝 졸라맬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경기 부진에 물가와 금리마저 덩달아 오르면서 서민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환율 폭등, 물가에 직격탄
미국의 대규모 구제금융 계획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의 적자 우려로 29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00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가 최근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환율 급등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와 내수 위축, 경기 둔화로 이어진다.

   한은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0.1% 상승한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1%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가 0.02% 오르는 것에 비해서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이다. 무역수지도 올 들어 8월까지 115억7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9월에도 적자 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8월 수입물가는 국제유가 하락에 힘입어 전달보다 4.4% 하락했지만 환율 급등으로 이 추세를 유지할지 불투명해졌다.

   수입물가가 뛸 경우 최근 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는 소비자물가도 불안해진다. 8월 소비자물가는 5.6% 오르며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 범위(2.5~3.5%)를 이미 큰 폭으로 웃돌고 있는데 환율 급등이 물가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환율 상승은 내수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며 "수입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투자 심리를 약화시키면서 소비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상승은 당장 수출 경기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겠지만 소비와 투자 등 거시경제 전체적으로는 악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은 환율이 1% 상승하면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수출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내수 진작 효과로 첫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07% 높아지고 경상수지는 연평균 약 5억 달러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런 분석은 평균적인 경제여건을 전제로 한 것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현 상황에서는 기대만큼의 성장률 제고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성장에는 플러스 요인이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는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환율 상승이 기업의 수출 증가→ 임금 인상→ 가계의 구매력 증대→소비 진작으로 이어지는 효과보다 환율이 물가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직접적으로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적인 불경기로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어려워져 경제성장률이 3%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 中企.가계 "갈수록 태산"
환율과 금리 급등으로 중소기업들과 가계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수입 비용의 상승과 내수 부진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들은 키코 거래로 8월 말 현재 1조2천억 원대의 평가손실을 입은데 이어 환율 상승으로 그 피해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평가손실이 1천억 원 씩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이에 따라 흑자도산의 위기에 처해있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는 물론 금리마저 뛰면서 서민을 중심으로 가계는 `한계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8월 예금금액의 평균 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7.31%로 2001년 8월의 7.51%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10%에 육박하면서 대출자들은 빚 상환 부담에 짓눌리게 됐다.

   해외로 자녀를 유학보낸 `기러기 아빠'들의 부담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00원을 넘어서면서 새 학기가 시작되는 미국 공립학교 등에 자녀를 보냈거나 보낼 예정인 부모들은 발을 구르고 있다.

   환율이 작년 말(936.10원)에 비해 90원 가까이 오르면서 미국에 있는 자녀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위해 매달 5천 달러를 환전하는 경우 월 45만원 가량의 추가 부담이 생긴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물가 급등과 고용 창출력 약화 등 민간소비를 둘러싼 불리한 여건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 민간소비의 부진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분간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으로 중소기업과 가계가 당장 무거운 짐을 벗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