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으로 증시 폭락 ..국내 금융시장도 패닉
국내 금융시장이 공황(패닉) 상태를 나타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가수요까지 붙으면서 장중에 1,200원선을 돌파하자 외환시장에서는 환란 당시와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달러당 28.30원 급등한 1,188.80원으로 마감됐다. 이는 2004년 1월5일의 1,192.00원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8.50원 급등한 1,169.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오후 2시14분 1,200.00원을 돌파했으나 당국의 개입으로 1,188원 선으로 밀려났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수출 관련 공기업이 장 초반 달러화 매수에 나서면서 환율 상승을 촉발했다고 전했다. 미국 구제금융안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과 외화자금 시장의 달러 부족사태는 환율상승의 근원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외환시장 불안 여파로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97포인트(1.35%) 내린 1,456.36을 나타냈다. 지수는 미국 정부와 의회가 구제금융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강세로 출발해 장 초반 1,500선을 넘보기도 했으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한때 1,449.33까지 밀리기도 했다.
기관이 7638억원 어치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1998년 통계 집계 이후 두번째로 큰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채권시장도 약세를 보였다. 국고채 수익률은 이날 오후 전거래일보다 0.02~ 0.03%포인트 오른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 주말보다 149.55포인트(1.26%) 떨어졌다. 대만의 가권지수는 2.16%, 홍콩의 항셍지수는 2.84%(오후 2시39분) 각각 떨어지는 등 아시아 대부분의 증시도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미국과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총리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금융시장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면서 "지금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할 때이며 협력만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도 당국의 구제금융 조치가 시작됐다. 벨기에의 이브 레테름 총리는 28일 밤(현지시각) 브뤼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벨기에와 네덜란드 및 룩셈부르크 정부가 역내 주요 은행인 포티스를 구제하기 위해 모두 112억유로(미화 163억달러 가량)를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는 28일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7천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구제금융 법안에 대해 합의안을 도출, 29일 하원 표결에 회부하기로 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