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꽁꽁..재산 해외 반출도 급감
20억 달러를 웃돌았던 이민자와 재외동포 등의 재산반출이 올해 들어 급감했다.
특히 내국인이 이민을 떠나면서 재산을 처분해가는 해외이주비는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면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해외 선진국의 주택시장이 크게 악화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 재산반출 7억5천만弗 ↓..사상 최대폭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본이전수지상 대외지급액은 올해 8월까지 12억 5천억 달러(한화 약 1조 5천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억 달러에 비해 7억 5천만 달러(38%)가 급감했다. 1-8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0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이 항목은 내국인의 해외이주비와 재외동포의 국내재산 반출액 등을 합친 개념으로 경상거래에 따른 대가가 전혀 없이 국내 자산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국부유출 성격이 짙은 것으로 간주된다.
재산반출액은 외환위기로 지난 97년 4억 4천만 달러에서 98년 1억 9천만 달러로 줄었지만 이후로 99년 2억 8천만 달러, 2000년 4억 5천만 달러, 2002년 7억 1천만 달러, 2003년 9억 6천만 달러, 2004년 11억 6천만 달러, 2005년 16억 달러로 가파르게 늘면서 2006년에는 20억달러를 넘어섰다.
2001년(4억 3천만 달러)과 지난해(20억 달러)에는 전년보다 소폭 감소세를 보이면서 증가세가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연합뉴스)
◇ 이주비, 10년전 수준으로
재산반출액 중에서 이민을 떠나면서 국내 재산을 정리해 간 경우에 해당하는 해외이주비 지출은 올해 들어 8월까지 2억 4천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억 2천만 달러의 57%에 불과하고 98년 1억 8천만 달러 이후로 가장 낮은 규모다.
해외이주비는 세대주 및 개인당 이주비 한도가 대폭 완화하면서 96년 60만 달러에서 97년 4억 4천만 달러로 급증했으나 외환위기의 여파로 98년에 급감했다. 이후 99년 2억 8천만 달러, 2000년 4억 5천만 달러로 증가하면서 매년 3억~4억 달러 규모를 유지해왔다.
전체 재산반출액에서 해외이주비를 제외하고 재외동포 등이 국내 재산을 처분해 간 금액은 올들어 10억 1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억 7천만 달러가 줄었다.
◇ 美 주택시장 침체에 고환율 겹쳐
이처럼 재산반출이 급감한 것은 일단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이 상승하면 국내 처분재산의 달러화 환산평가액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환율은 평균 987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934원보다 5.7% 상승했다.
하지만 재산반출액의 감소율이 무려 38%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 요인보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미국 등 글로벌 주택시장이 침체를 보인 영향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재산반출 움직임 자체가 위축됐고 해외 집값이 내려가면서 해외 주택의 구입비용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 상승과 불경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해외이주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