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 "'플라토닉 러브'를 담고 싶어요"
"제가 다시 가사를 쓸 시기를 찾고 있어요. 아마 차례로 나올 미니음반에는 제 생각이 많이 들어가겠죠. 세상 사람들의 '플라토닉 러브'를 담고 싶어요."
6일 신승훈은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 가수가 되고 싶었다"며 "'가장 애절한 발라드를 부른 가수?'라는 주관식 질문에 신승훈이라는 답이 나오도록 18년간 발라드만 노래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래 전부터 어느 시점에 음악적인 변화를 주려 준비했다"며 "굵직한 터닝 포인트가 결혼이 아닌, 10집이라고 생각했다. 발전을 위해서는 자기 파괴, 일탈이 필요했고 혼자 실험하기보다는 대중에게 평가받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승훈 표 발라드에 대중이 싫증을 느낄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냐"고 덧붙여 묻자 "버텨온 것도 대단하지만 당연하죠, 18년됐는데…"라며 웃는다.
"1980년대 발라드는 주님과 하늘을 빗대어 '그'라고 표현하는 것이 주요 테마였어요. 1990년대는 첫 사랑의 헤어짐을 오래 간직하는 순애보적인 감성이었죠. 2000년대는 남녀의 200일 만남도 오래됐다고 느끼는 스피디한 환경이어서 노래도 인스턴트 같아요. '애이불비'는 지금 시대와는 안 맞죠."
자작곡 6곡이 수록된 첫 미니음반은 신승훈의 주종목과 장점을 배제하고 만들어 확실히 변화가 감지된다. '신승훈스럽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수없이 건반을 두드리고 기타 줄을 튕겼다.
패티 김의 '초우' 같은 한국적인 멜로디 코드는 쓰지 않았다. 펑키한 모던 록, 아일랜드 풍의 팝, 경쾌한 브리티시 록 등 영어 가사가 훨씬 잘 어울리는 팝 스타일을 추구했다. 주위에서는 "한국 가사가 묻으면 느낌이 반감되니 해외에 곡을 팔자"는 조언까지 했을 정도. 노랫말도 한곡을 제외하고 손수 쓰지 않았으며 음색도 애절한 울림을 빼고 담백한 독백으로 소화했다.
타이틀곡 '라디오를 켜봐요'는 도입부의 발라드적인 멜로디에서 후렴구 록적인 사운드가 어우러져 음악적인 반전을 강하게 표현했다.
시인 원태연이 작사한 더블 타이틀곡 '나비효과'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조화, 후렴구 오보에 선율이 여행을 떠나고픈 충동을 일으킨다.
이밖에도 펑키한 모던 록인 '헤이(Hey)'는 신승훈의 록 창법과 기타 사운드가 깔끔하고, 신승훈이 유일하게 작사한 '아이 두(I Do)'는 4개 코드가 반복되는 진행으로 전체가 어우러졌다. 뉴에이지 록 장르의 퓨전 음악인 '너를 안는다'는 브리티시 록에 어쿠스틱 피아노를 접목시켰다.
그렇다면 '신승훈 표 발라드'는 완전히 버린 것일까.
"어차피 저를 있게 해준 음악세계로 다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처절한 것이 아니라 또다른 스타일의 발라드로 돌아가야죠. 지금은 기존 음악 장르의 파괴가 아니라 제 안의 음악적인 틀, 사고를 깨는 과정일 뿐입니다."
18년간 정규 음반만 고집했던만큼 시리즈로 미니음반을 내는 것도 그로서는 모험이다.
"정규 음반이 나사 100개를 꽉 조인 음반이라면 이번에는 나사를 약간 풀었죠. 나사를 완벽하게 조이면 충격에 무너질 수 있지만 나사를 느슨하게 감으면 융통성이 있잖아요. 이번 음반은 만족감으로 따지면 평소의 70%도 안되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네요."
9집 이후 가사를 직접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것에 대해서는 "사랑을 한 지 너무 오래되서 무뎌진 건 사실"이라며 말 꼬리를 흐린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