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밥'.."속이고 더 받고..참 나쁜 병원들"
국내 의료기관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을 속여 불필요한 진료를 하고 진료비를 더 받는가 하면, 약을 과다 처방하거나 사용해선 안 되는 약품을 환자에게 처방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제약사와 음성적으로 약품을 불법 거래하는 병원들도 있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 결과 드러난 국내 병·의원들의 현주소다.
단순한 도덕적 문제를 넘어 이제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일이 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복지위 국감에선 매년 유사한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좀처럼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용 금지된 약물 처방" =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이 입수한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약품, 어린이에게 쓰면 안 되는 약품을 의사들이 환자에게 처방하는 사례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무려 3만6천여 건에 달했다.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약품(병용금기 약품)을 처방한 사례가 1만9천925건이었고, 일정 연령 이상 환자만 복용할 수 있는 약품(연령금기 약품)을 기준보다 어린 환자에게 처방한 사례가 1만6천883건이었다.
이 같은 금기 약품은 환자에게 발육 장애, 간 손상, 위장 장애, 심혈관계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심평원은 병원과 약국에서 병용·연령 금기 약품을 불가피하게 처방해야 할 경우 전산 시스템에 그 사유를 기록하도록 의무화했으나 이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4~5월 기록 현황을 점검한 결과 37개 의료기관은 사유란에 `1', `ㅁㅁㅁ', '/', `,' 등 아무 의미 없는 문자를 적어놓기도 했다.
이밖에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심평원에서 받은 `의약품처방조제 지원시스템 운영 관련 시범 모니터링 결과'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환자의 65.6%가 자신이 `금기약제'를 처방받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100건중 2건 필요없는 진료" =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에 따르면 안 해도 되는 `과잉진료'가 2006년 1천88만 건에서 지난해 1천312만 건, 올해는 상반기에만 1천94만 건 등으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2년 반 동안 무려 3천494만건의 과잉 진료 사례가 적발됐고 부당 청구된 진료비 총액은 567억원에 달한다. 평균 100건의 진료 가운데 2건은 불필요한 진료를 한다는 얘기다.
◇"대형병원 비싼약 사용 급증" = 민주당 최영희 의원에 따르면 대형 종합병원의 올해 상반기 고가약 사용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포인트 급증한 68.4%에 달했다.
특히 병원의 규모가 커질수록 비싼 약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종합병원의 고가약 사용 비율은 52.2%로 대형 종합병원보다 낮았고, 병원과 의원급은 각각 27.6%, 20.5%로 더 줄어들었다.
최 의원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이후 대형병원의 고가약 선호 현상이 더욱 급증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격 인하도 중요하지만 사용량을 통제하는 방안도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 의원은 일부 병의원과 약국 10곳 중 4곳이 상습적으로 의약품 불법거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이 입수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관련 보험약 실거래가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2개 병의원과 약국 가운데 40개에서 '얹어주기'(할증), '깎아주기'(할인) 등 불법 약값거래 관행이 드러났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