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건빵, 중국산 원료표시 눈씻고 봐도 없네"

2008-10-22     백진주 기자


경기도 분당에 사는 소비자 박모씨는 20일 인터넷을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가장 즐겨먹는 간식인 ‘추억의 건빵’이 멜라민 범벅 원료를 사용했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건빵의 바삭한 식감과 달지 않은 담백한 맛이 입맛에 맞아 몇 년째 이건빵을 즐겨 먹었다.

 

평소 가공식품에대한 불신이 커서 과자 1봉지라도 원산지를 꼼꼼히 살피고 사는 박씨는 그동안 추억의건빵을 사면서 포장지에 중국산 원료가 들어있다는 내용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건빵 봉지를 찾아 원료명을 확인해봤다.

 

아니나 다를까 추억의 건빵 봉지에 적힌 원료명중 중국산은 전혀 없었다.

소맥분(밀/미국.호주산) 정백당 식물성유지, d-토코페롤, 탈지혼합분(우유) 산도조절제, 정제염, 합성착향료(밀크향) 바니린 효소제제등이 원료명으로 적힌 전부였다.

 

식약청이 발표한 팽창제의 사용흔적도 없고 더욱이 중국산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아마 멜라민 파동이 아니더라도 중국산 원료를 사용했다고 하면 박씨는 이 건빵을 사먹지 않았을 것이다.

 

박씨는 건빵 제조업체인 (주)영양에 앞으로는 원료명과 원산지를 제대로 표기해 달라고 항의하는 것으로 분한 마음을 달래야 했다.

 

식품원산지 표기 문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주)영양의 건빵에 사용된 중국산 탄산수소암모늄(팽창제)에서 다량의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발표했지만 이회사 건빵 어디에도 중국산 원료 사용이 표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양측은 소량원료여서 표기의 의무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영양측은 팽창제는 전체 원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6%~1%에 불과한 소량 원료여서 식약청 규정에따라 표기 의무가 없어 표기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만약 이 원료가 중국산이 아니었다고 해도 회사측이 원료명을 누락시켰을까 의구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주)영양은 이번 멜라민이 함유된 팽창제를 사용하기 이전에도 다른 중국산 팽창제를 사용해왔다. 중국산을 사용한 이력이 오래됐다는 얘기다.

최근 팽창제 거래선을 바꾸면서 멜라민 원료가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소량의 원료라도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끼칠수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전체 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식품 표시 시행령.규칙은 국내에서 만든 가공식품에 사용된 농산물 가운데 ▲ 비중이 절반 이상인 주재료 ▲ 주재료가 없을 경우 비중이 높은 순으로 두 가지 원료 ▲ 제품명으로 사용된 특정원료에 대해서만 국적을 포함한 원산지를 밝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허술한 원료 표시 규정이 미량이지만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수있는 중국산 멜라민 원료가 숨을 수있는 은신처가 된다.

 

식약청이 멜라민 파동이후 각종 식품 안전 규제와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 소비자들에게 체감으로 와닿지 않고 있다.

 

이와중에 제2의 제3의 멜라민 파문은 습관처럼 불거지며 매일매일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한편 이번에 멜라민 건빵으로 문제가된 (주)영양은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잇단 M&A로 몸집을 부쩍 키운 유진그룹의 모체기업이다. 유진그룹 창업주인 유재필 명예회장이 1969년 설립해 군부대에 납품하고 시판에 성공하면서 건빵분야에서는 국내 최대 매출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작년 유진그룹이 지분을 매각해 현재는 독립 법인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