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무계]농협 사칭 광고판 사기 '눈뜨고 당했다'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 주머니를 노리는 간교한 광고 사기좀 막아주세요!"
농협 등 금융기관 광고담당자를 사칭하며 엉터리 광고를 유치해 자영업자들을 울린다는 소비자 제보가 접수됐다.
대전 월평동의 김모씨는 최근 농협 광고상품 담당자라고 사칭하는 전화를 받았다. "농협에서 광고상품이 출시됐는데 직접 방문해서 설명을 드려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하자 김씨는 농협에서 판매하는 광고상품이 무엇인가 궁금해 방문을 승낙했다.
약 십여 분후 방문한 그들은 전화상의 소개와는 달리 "전국의 모든 농협이나 금융기관의 광고대행 업무를 단독으로 수행하고 있는 광고회사"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농협에서 이번에 전자게시판을 설치하게 됐다. 지역 업체 한곳을 선정해서 상호와 광고 문구를 담은 광고판을 제작해 게시판에 부착한다.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엄청난 광고효과를 보게 된다. 월3만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광고비를 받는다. 그정도는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며 김씨를 구슬렸다.
'어려운 시기에 돌파구를 찾았다'는 생각에 김씨가 3만원씩 내겠다고 답하니 "2년 치 72만원을 선불로 달라"고 했다.
어려운 사정을 솔직히 말하자 판매사원은 "약간의 계약금만이라도 달라. 사장님 얼굴에 믿음이 가니까 그냥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 이름을 써 달라. 본사에서 전화가 올 테니 전화 잘 받으라"고 하더니 돌아갔다.
판매사원이 돌아간 후 김씨는 72만원이란 돈이 부담스러워 길게는 1년 정도로 광고기간을 조정하거나 만약 안 된다면 포기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틀 후 판매사원이 찾아와서 "농협에 광고판을 제작해서 전자게시판에 부착하고 왔다"며 "72만원을 지불하라"고 했다. 농협 공과금 수납기 앞에 게시판을 설치한 동영상까지 보여줬다.
김씨가 "1년만 광고하겠다"라고 부탁하자 판매사원은 "저희 회사와 농협이 광고 대행 계약을 2년 맺었다. 2년을 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여기 아니어도 다른 업체들이 줄서서 계약을 원하고 있다"며 다른 업체들이 계약한 서류 뭉치를 보여줬다.
결국 "70만원만 받겠다"는 판매사원의 말에 흔들려 김씨는 신용카드 할부로 70만원을 결제했다.
판매사원이 돌아간 뒤 김씨는 농협에 가서 광고판을 찾아봤지만 한참을 두리번거려도 보이지 않았다. 구석진 곳에 블랙보드가 있어 다가가 보니 검은 칠판 밑 아크릴 속에 김씨의 상호와 전화번호가 끼워져 있었다. 전자게시판이라고 했는데 일반적인 블랙보드라는 사실을 알고 아연실색했다.
농협 직원은 "어떤 사람들이 '칠판 밑에 붙어있는 업체 사장이 협찬하는 물건이니 부담 갖지 말고 무상으로 쓰라'면서 공과금 수납기 앞에 세워두고 가버렸다. 동네 자영업자가 협찬한 물건인데 거절하고 돌려보낼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고객들이 다니는데 불편할 수 있어 사람들의 통행이 별로 없는 곳으로 옮겨두었다. 딱히 쓸 수 있는 용도가 없어서 그냥 쌀 가격을 적어놓았다"고 덧붙였다.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씨가 판매사원에게 따지니 "광고판이 붙어 농협에 있으니까 당연히 광고상품을 판 것"이라며 "억울하면 법대로 하라"고 배짱을 튕겼다.
김씨는 "그들은 길거리 간판을 보고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어수룩한 자영업자들을 꼬드긴다. 비싸봐야 5~6만 원 정도 하는 제품을 수십 배의 금액으로 가로챘다. 정말 분통이 터져서 밤에 잠도 오질 않는다"며 분개했다.
이어 "지능적인 판매사기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도 저처럼 어리석게 당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본보로 제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