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수 KT사장,사퇴의변 '원더메모'남겨

2008-11-06     뉴스관리자
남중수.조영주 두 사장에 대한 검찰조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국민 통신기업' KT그룹 상층부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2년 겉으로는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했지만 속내는 '투명경영'의 가치가 도도한 흐름이 된 작금의 기업환경을 무시한채 여전히 납품비리, 인사청탁 등 구시대적 관행이 계속돼 왔다는 얘기다.

 KT 일각에서는 '정치수사'를 언급하며 실추된 이미지를 걱정하고 있지만 업계는 KT그룹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뼈아픈 자성과 함께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아 투명경영의 기조를 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리에 노출된 입찰구조 = KT와 KTF가 연간 쏟아붓는 투자비는 3조5천억-4조원에 달한다. 투자되는 곳은 백본망, 중계기 등 국가의 중추적 시설이 대부분이다. 올해 투자비만도 KT는 2조6천억원, KTF가 9천500억원이다.

   여기에 20여개의 자회사 물량까지 더하면 그룹 전체의 투자비는 5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최고의 투자를 해 온만큼 관련 200-300여개 업체들은 KT그룹의 입찰물량을 따내는데 혈안이 돼 있다. 제품 자체가 고도화된 것이 별로 없고 기술수준도 비슷한데다 한번 물량을 받으면 몇년동안 안정되게 판매처를 확보하게 돼 입찰과정에서 치열한 로비전이 펼쳐진다.

   낙찰가액의 10%+α가 비공식적인 리베이트라는 소문도 있다. KTF의 조 전사장이 납품비리로 받은 돈이 25억원에 달한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검찰수사에서 문제가 된 것은 KTF의 적정입찰가제도다. 입찰을 실시할때 적정한 납품가격을 정한뒤 그에 근접한 입찰가를 제시한 업체 몇 곳을 골라 제품을 비교평가해 최종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납품비리를 막기 위해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해 둔 대기업들과 달리 KT그룹은 사내 관련자들의 담합만 이뤄지면 언제든지 납품업체를 바꿀 수 있고 수직적인 조직체계상 윗사람의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어 비리가 개입할 개연성이 높다는게 주변의 지적이다.

   ◇외풍에 약한 인사 = 검찰에 따르면 남중수 전 KT사장은 자회사인 조영주 전 KTF 사장과 출자회사로부터 3억여원을 받았다.

   KT는 KTF를 비롯한 자회사의 사장 및 임원선임과 주요 경영 방향 결정 등에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모회사인데다 정치권 등 외풍에 노출돼 있고 사장 측근 인사들이 계열사에 배치되는 관행이 남아 있어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정치권 인사가 전문위원이나 임원급에 임용된 케이스도 몇차례 있다. 외풍을 막기 위해 그간 이사회 권한을 확대하고 사외이사의 수를 늘렸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사장의 권한이 막강해져 조직의 수직화가 이뤄졌다는 지적도 있다.
남 전 사장으로부터 돈 요구를 받은 조 KTF 사장 역시 연임을 위해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검찰측의 설명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출자회사인 KTF네트웍스 노모(구속) 사장도 인사 청탁과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가 KTF네트웍스 하청업체로 선정되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9천여만여원을 남 전사장에 전달한 바 있다.

   이같은 인사관행은 해마다 각종 음해성 투서를 불러오고 일정직위 이상에 오르려면 실력보다는 '빽'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심어줘 왔다.

   ◇남중수 전 사장의 사퇴의 변 = 남 전사장은 구속에 앞서 직원들에게 이메일 형식의 '원더메모'를 통해 사퇴의 변을 전달했다.

   그는 글에서 "난 님을 보내지 않았다.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 정들었던 집을 잠시 떠나 여행 다녀오는 마음으로 가고자 한다.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드려 사실관계의 진위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급월불류(水急月不流)라는 고사를 인용, "주변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따라 흔들리지 않고 근본에 충실한 달을 닮으려 언제나 노력해 왔다"며 다소 억울해하는 목소리도 담겼다.

   메모를 받은 한 직원은 "글을 읽고 울컥했다"며 "9천만원이니 3억원이니 이야기 하기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내 일각에서는 남 전 사장이 잔여임기를 3개월 앞둔 작년 12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연임한 것이 정권의 심기를 건드려 '표적수사'가 이뤄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KT가 민영화된 지 벌써 5년이 넘었지만 정치권과 검찰 등 외부에서는 KT를 여전히 공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KT가 민영화됐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경제가 분, 초를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수사가 이뤄졌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표적수사든, 비리수사든 문제의 핵심은 국내 최고, 최대의 통신기업인 KT그룹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그로인해 KT그룹을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은 상처를 안았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