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동차 수출 '진실게임'..'이상한 셈법' 도마에
미 의회의 비준동의를 앞두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자동차 분야 협정내용의 `불공정'을 지적하는 미국 정치권 및 업계 주장의 핵심근거가 되는 수치다.
작년의 경우 한국은 미국에 자동차를 77만5천대나 수출했지만, 한국시장에 수입되는 미국차는 고작 6천500대뿐이라는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 6월1일 사우스다코타주 유세에서 "한국은 수 십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반면, 미국이 한국에 파는 자동차는 고작 5천대로 안된다"면서 "한.미 자동차 교역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등 선거과정내내 이 문제를 제기했었다.
애국심이 아무리 강한 한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이 숫자만 놓고 보면 "아, 한국이 자동차 무역에선 미국에게 엄청난 이득을 얻고 있구나"라며 미국측의 `불공적 무역' 지적에 공감을 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한 통상전문가가 이 같은 `숫자' 자체가 불공정한 셈법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D.C.에 있는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거론 의회·통상 담당국장은 9일 KEI 뉴스레터인 `KEI 익스체인지'를 통해 "한미간 자동차 판매 불균형의 본질은 언뜻 보기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면서 두 숫자의 진실을 `폭로'했다.
스탠거론 국장에 따르면 한국이 작년에 77만5천대의 자동차를 미국 시장에 팔았다는 미국측 주장에는 현대가 앨라배마주에서 생산한 자동차 25만대가 포함돼 있다. 이는 작년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5%에 달하는 것.
반면에 미국이 주장하는 한국시장에서 팔린 미국산 자동차 6천500대는 순수하게 미국에서 생산돼 한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만을 언급한 것이다.
즉 6천500대에는 GM 계열사인 GM대우가 한국에서 생산해 판매한 12만5천대는 물론 유럽에서 생산된 미국 자동차 회사의 한국 수출 자동차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스탠거론 국장의 지적이다.
하지만 이를 포함시킬 경우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작년에 한국 시장에서 판매한 자동차수는 13만5천대에 달한다.
작년에 한국에서 판매된 자동차수가 100만대이므로 미국에서 판매된 한국 자동차 계산법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미국 자동차 업체가 한국 시장의 13.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게 된다.
오히려 시장점유율만 놓고 보면 한국의 미국시장 점유율보다 미국업체의 한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결론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수출하기보다 현지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현지화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아무리 한국 시장에서 많은 차를 판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자동차 무역적자는 줄어들지 않고, 미국내 고용 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스탠거론 국장은 지적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