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도 똑똑해야

2006-12-29     백상진 기자
    세밑인 27일 저녁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음식점. 열 댓명의 단체 손님이 홍어회와 아구찜을 안주삼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인근 회사의 송년회 자리였다.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두어시간쯤 지났을까. 테이블 위에서는 푸른 소주병이 수북히 쌓였다. 자세히 세어보니 두산의 ‘처음처럼’이 11병, 진로의 ‘참이슬’이 3병이었다. 독한 소주보다 순한 소주를 더 많이 마신 것이다.

    술을 적게 마신 여자직원과 외국인 근로자 등 5명을 제외하면 30~50대 남자 직원이 각자 1.5병 가량을 마신 셈이었다. 저마다 주량의 차이를 감안할 때 결코 적은 양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모두 멀쩡했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주정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모두 적당한 취기에 기분이 좋았는지 2차로 근처 노래방을 향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국민주(國民酒)’인 소주. 소주도 잘 골라 마시면 보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다.

    특히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고 몸에 좋은 알칼리 환원수가 원료로 사용하면서 이른바 ‘알칼리 저도주(低度酒)’가 소주의 시장을 바꾸고 있다.

    그 선두엔 두산의 ‘처음처럼’이 돌풍을 일으키며 질주하고 있다. 지난 2월 출신된 이후 두산 소주의 전국 시장점유율을 지난 1월 5.2%에서 11월 11.7%로 끌어올렸다. 8개월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처음처럼은 출시 5개월 11일 만에 1억병 판매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전 그린소주의 돌풍을 잠재운 참이슬의 경우 1억병을 돌파하기까지 출시 후 6개월이 소요됐다.

    처음처럼이 이처럼 단기간에 소주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된 것은 알코올 도수를 처음으로 20도로 낮춘데다가 알칼리 환원수를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이 폭발적인 수요를 일으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두산측은 기존의 ‘깨끗한 물’에 몸에 좋은 물을 더해 소주 선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소주가 순해지다보니 여성과 20대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판매가 증가했다. 예컨대 도수가 낮아지기 전에는 둘이서 한 병씩 마시면 딱 좋았던 것이 이 후엔 한 병 이상을 마셔야 취한다는 얘기다.

    두산측은 “11월에는 110만 상자를 판매하여 전국 12%, 서울·수도권 25%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는 출시 전 대비 3배 수준의 판매량”이라고 말했다.

    처음처럼의 돌풍은 ‘저도주’와 ‘물’ 전쟁을 불러일으켰다. 라이벌 격인 진로가 20.1도짜리 ‘리뉴얼 참이슬’을 내놓더니 올 8월엔 19.8도짜리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했다. 그러나 큰 흐름은 바꿔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처럼의 파죽지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새해 벽두부터 업계와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