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분실에 `박종철기념관' 건립 추진

2007-01-03     연합뉴스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87년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진 고(故) 박종철씨의 넋을 기리는 기념관이 박씨가 숨진 옛 남영동 보안분실에 세워질 전망이다.

    박종철기념사업회는 3일 "박 열사가 조사를 받다 숨진 509호 조사실을 비롯해 옛 남영동 보안분실 건물 안에 박종철기념관을 만들기 위해 시설 일부를 위탁받는 방안을 경찰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회는 박씨가 숨진 조사실에 박씨의 노트, 메모지 등 유품과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각종 물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남영동 분실은 1976년 대간첩 수사를 위해 세워졌으나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고문 장소로 주로 사용됐으며 1987년 1월14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일반에 널리 알려졌다.

    경찰은 이 건물을 인권기념관으로 바꾸기로 하고 2005년 7월부터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로 임시로 쓰고 있다.

    기념사업회 김학규 사무국장은 "박종철기념관을 민주화 운동 견학 코스로 활용해 후세들이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6.10항쟁 20주년인 올 6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와 함께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이한열씨 기념관은 2005년 6월 마포구 노고산동에 지하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지만 박씨 기념관은 자금난 등으로 건립에 난항을 겪어 왔다.

    김 사무국장은 "오는 14일 박 열사 20주기 때 남영동 분실에서 각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열고 기념관 건립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경찰이 아직 위탁 결정을 내리진 않았지만 기념관 건립이 인권경찰로 거듭나려는 노력과 방향이 맞는 만큼 잘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기념관 건립과 관련해 추진위원회와 논의하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역사적 의미가 깊은 만큼 박씨가 숨진 509호는 원형 그대로 보전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박종철기념사업회는 박씨의 20주기를 기념해 6월 출간을 목표 `박종철 평전'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