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애물단지'전락.."없어도 알짜 마음대로 골라"

2008-12-19     이경환 기자
청약통장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줄어 ‘내 집 마련의 필수품’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미분양가구수가 16만 가구를 넘어서고 집값 추가상승에 따른 기대감마저 완전히 꺾이면서 수요자들이 아파트 청약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청약통장은 큰 기대차익을 거둘 수 있어 집안에 상비약처럼 항시 구비해야 하는 필수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극심한 시장 침체로 기존아파트값 거품이 크게 빠져 매수심리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분양가는 오히려 7.6% 상승하면서 시세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이 때문에 올해 최대 인기청약지로 관심을 모았던 ‘광교’, ‘청라’까지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미분양이 눈덩이처럼 늘면서 청약통장 없이도 알짜 아파트를 골라 분양 받을 수 있게 돼 청약통장 인기가 시들었다.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가 금융결제원 청약통장 가입자수를 분석한 결과 2008년 11월 말 현재 총 643만 2151좌수로 2007년 말(691만 1994좌수)보다 47만 9843좌수 줄었다. 이는 한해 동안 85만 6943좌수 감소했던 1998년(IMF) 이후 최대치다. 외환위기 이후 각종 청약관련 규제가 해제되면서 가입자수가 크게 늘었고 판교 분양시점인 2006년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2007년 들어 청약가점제 시행과 지방 분양시장 침체로 청약통장 가입자수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청약 관련 규제완화도 청약통장 감소세를 막지는 못했다. 정부가 9.19대책을 통해 향후 10년간 150만호 서민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수도권 투기과열지구가 대거 해제되면서 비세대주와 당첨 경력자들의 1순위 청약 제한이 폐지돼 청약통장 활용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11월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오히려 전월 대비 7만 3640좌수가 줄었다.

<청약저축 증가세마저 둔화>

올11월 현재 청약통장 종류별 가입자수를 지난해 말과 비교해본 결과 청약예금 감소폭(-26만8817좌수)이 가장 컸다. DTI규제, LTV규제 등으로 중대형아파트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을 주요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청약부금도 23만 7332좌수 줄었다.

9.19대책, 공영개발 확대로 청약기회가 더욱 확대된 청약저축도 증가세가 한풀 꺾여 시장 침체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청약저축가입자는 1년 동안 2만 6306좌수 늘어나는데 그쳤고, 특히 11월에는 전월 대비 1만 6683좌수가 감소했다.

<판교, 위례신도시 효과로 ‘성남’ 가장 많아>

전국 시도별 청약통장 가입현황을 분석한 결과 가입자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로 226만 2144좌수며 그 다음으로 경기지역 가입자수가 205만1120좌수로 집계됐다.

경기도 지역 중 청약통장 가입자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성남으로 27만 5044좌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성남시는 판교신도시 분양으로 가입자가 많았던 데다, 2010년 위례신도시 등에 지역우선공급물량을 분양 받을 수 있어서 청약통장 가입자수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광교신도시가 속한 수원지역이 24만 7881좌수, 삼송신도시를 비롯해 각종 뉴타운, 택지지구 등이 개발예정인 고양시도 18만2104좌수로 가입자수가 많게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