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비가 손뼉 치는 낙곱전골

2007-01-18     뉴스관리자
    ● 하봉악

    매주 이곳 저곳 다양한 맛집을 돌아다니다 보면 ‘입지’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똑 같은 맛을 내더라도 어떤 곳에 자리를 잡았느냐에 따라 매상에 큰 차이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진정한 맛’과 ‘감동할 만한 서비스’가 있는 곳이라면 위치와는 상관없이 맛에 대한 열정만으로 움직이곤 한다.

    ‘하봉악’을 발견했을 때 강렬한 쾌감을 느꼈다. ‘이렇게 구석진 곳에 이런 맛있는 집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은 구석진 곳에 위치한 만큼 90% 이상이 단골 손님으로 이루어져 있다.

    딱 보기에도 앳되어 보이는 사장님이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맞이하는데 누구는 ‘사장님’이고 누구는 ‘차장님’이다. 회사 직책에 따라 달리 부르는 것이다. 오는 사람마다 서로 안부를 묻는 것부터 시작해 즐겨 먹는 메뉴까지 다 알고 있는데 단골이 아니라 골수 팬 수준이다.

    제일 잘 나가는 메뉴는 ‘하봉악 정식’이다. 일반적인 가정식 백반을 떠올리면 되는데 이곳 주변에 많이 거주하고 있는 프리랜서들 끼니를 매번 책임져 주는 정성스런 음식이다. 부침개, 잡채, 생선구이, 과일샐러드 등 다양한 반찬들은 매일 아침 공수해오는 신선한 재료들로 만들어진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천연 조미료만 사용해 정성스러운 손맛이 느껴지고 음미하면 할수록 중독성이 있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계속 판매되는 하봉악 정식에 나오는 푸짐한 반찬들은 이곳 인기 술안주 ‘낙곱전골’ ‘명이보쌈’ ‘매운 갈비찜’ 등을 시켜도 기본으로 등장한다.

    낙곱전골은 살아있는 낙지와 가리비가 다양한 야채와 함께 얼큰하게 끓여 나오는데 술안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최고다. 미리 끓여 나오는 국물에 산낙지와 가리비를 넣어 다시 끓이는데 목숨이 붙어있는 가리비 녀석은 ‘캐스터네츠’ 마냥 손뼉을 쳐 국물을 튀기면서까지 화려하게 익는다.

    게다가 엄청난 체력을 자랑하는 낙지는 탕 속에서 웨이브를 신나게 춰댄다. 재료들이 너무 신선해 일어난 해프닝이다. 얼큰한 국물의 낙곱전골은 끓이면 끓일수록 곱창의 구수한 맛과 낙지의 얼큰한 맛이 우러나와 더욱 맛있다.

    국물 한 숟가락에 소주 한잔 먹으면 소주가 어찌나 달게 느껴지는지 평소 주량을 초과해 버리기 일쑤다.

    명이보쌈은 이름에도 들어간 ‘명이’가 포인트다. 일명 산마늘이라고도 불리는 명이나물은 해발 700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와 울릉도 전역에서 재배되는데 그 맛이 달콤 쌉싸름하면서도 마늘 특유의 아린 맛이 난다.

    식초와 간장, 설탕에 절여 나온 명이나물에 보쌈 고기와 속을 넣어 먹는다. 고기 특유의 누린내와 느끼함이 전혀 없고 상큼한 느낌마저 든다.

    ‘매운돈갈비찜’도 맛있다. 멸치, 다시마, 북어대가리, 사과, 바나나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육수에 숙성된 매운 갈비찜은 은은하게 달콤, 짭짤하고 청량고추의 매콤함까지 더해져 오묘하게 맛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은 매운돈갈비찜은 술안주로도, 정식으로 팔기도 한다. /김미선 기자 lifems@economy21.co.kr

<한겨레 Economy 21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