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별점리뷰] 연극 ‘클로져’

너무 솔직해서 치졸한 사랑 ‘클로져’

2009-01-15     뉴스테이지 제공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그 둘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동화 속 이야기 임을 우린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시작 할 때는 둘이 천년만년 행복할 것 같은데 헤어질 때는 세상에 그런 나쁜 인간이 없다.

10년을 사랑해도 헤어지면 다 똑 같다는 연애. 알 것 다 아는 성인 남녀 4사람의 치졸할 만큼 솔직한 연애 이야기가 여기 있다. 연극 ‘클로져’의 연애를 기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으로 평가해보았다. (별 5개 만점)

‘무서워서 연애 못하겠다!’ 지수 ★★★☆☆
요즘 트렌드 드라마에서 ‘알고 보니 배다른 남매였다’느니 ‘불치병에 걸렸다’느니 하며 사람들 연애하기 무섭게 만드는데, 클로져의 태희와 대현을 보면 아예 연애가 하기 싫어진다.

태희는 남편이 출장간 사이 운학을 집으로 불러들여 관계를 맺고, 대현은 수빈과 함께 살면서도 태희와 몇 달이나 신나게 바람 피고 수빈에게 나가라고 한다. 이런 태희와 대현에게 수빈과 운학은 무릎 꿇고 매달린다.

그래도 소용은 없었지만 말이다. 태희와 대현은 미안하다고 할 뿐 잘못했다고는 절대 말 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은 아니라는, 헤어져도 후회는 하지 않겠다는 간접적인 표현이다.

연애라는 것이 본디 공정성 따위와는 안드로메다와 지구만큼 먼 것이라고 해도 이건 좀 심했다. 이거 어디 무서워서 연애 하겠나!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들은 계속 연애하고, 연애하길 꿈꾸고 커플들을 부러워할 것이다. 그래서 별 두 개 뺐다.

채팅 내용 훔쳐본 관객의 ‘민망한 큰 웃음’ 지수 ★★★★☆
대현과 운학이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만나서 나눈 첫마디는? ‘방가방가’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통신용어를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큰웃음’인데 대현이 여자인 척 하며 내뱉는 적나라한 대사를 운학이 읽어주기까지 한다.

채팅뿐 아니라 이 네 사람이 싸우기만 하면 관객은 민망함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평소에 감히 연인에게 묻기도 힘든, 아니 입밖에 내기도 버거운 단어들이 연속적으로 나온다. 헌데 이게 또 묘하게 속이 시원 하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보면서 관객들이 금기를 깨는 카타르시스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과 같다. 그래도 너무 노골적이라 민망하다는 말이 나오므로 별 하나 삭제!

‘진정한 승리자, 친절한 운학씨’ 지수 ★★★★☆
‘클로져’에서 이들은 결국 각자의 길을 찾아간다. 이들은 분명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승리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은 무의미 하다.

그래도 ‘누군가를 교묘히 조종하고 설득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어 나가는 자’를 ‘승리자’라 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운학이다. 이혼서류에 사인을 하며 태희에게 관계를 요구하는 운학은 정말 태희가 안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이기적이고 성숙하지 못한 대현에게 굴욕감을 느끼게 하고, 그런 대현에게 태희가 상처받게 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운학의 치졸하기까지 한 복수는 태희와 싸우고 운학의 병원에 찾아온 대현에게 ‘사실은 나 수진이랑 잤어’라고 말하며 희미하게 웃는 모습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유일하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있는 것도 운학이다. 이 정도면 ‘승리의 운학’이라고 별명을 붙여줌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진정한 ‘승리의 운학’이 되려면 태희에게 차이지도 말았어야지! 이게 별 4개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 하고 싶소’ 지수 ★★★★★
‘클로져’를 보러 온 커플들은 공연 후 작은 논쟁을 하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민감하고 솔직하며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공연 보고 헤어졌다는 커플은 또 없었다.

공연을 보고 나와 극장밖에 서서 공연 내용에 대해 토론하며 언성을 높이는 커플들은 그 와중에도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배신당해도 상처받아도 변해버려도 사람들은 계속 사랑할 것이다. 낯선 사람이 (stranger)이 가까운 사람(closer)에서 영혼의 동반자(soul mate)가 되는 것은 배신과 상처를 이길 수 있을 만큼 아주 멋진 일이니까.

네 사람이 서로 믿고 배신하고 사랑하는 치졸할 정도로 솔직한 연극 클로져는 SM아트홀에서 2월 8일까지 만날 수 있다. 

[뉴스테이지= 조아라 기자]
(뉴스검색제공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