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도 박살 내는 '차돌'식품들"

돌 같은 제품.이물질 씹다 파손.."억울하면 소송해"

2009-01-26     백진주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백진주 기자] 돌 덩어리 처럼 딱딱한 가공식품이나 식품 속에 들어 있는 이물질을 씹어 발생한 치아 손상 사고의 보상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최근 식품을 먹다 멀쩡한 치아가 망치에 얻어 맞은 것 처럼  파손되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 보상범위를 두고 소비자와 업체가 법정소송까지 가는등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식품 자체의 높은 강도나 제품에 포함된 이물질에 의해 이빨에 금이 가거나 심하면 발치를 하는 경우까지 있어 피해액이 치솟다보니 소비자와 업체간 합의가 쉽지 않은 때문. 또  치아 파손의 원인을 콕 찍어 증명하기가 쉽지 않고 어렵게 사실을 입증한다 해도 치료방법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클 뿐더러 향후 예상되는 후유증에대한 보상 범위도 대립 요인이 되고 있다.


영세업체의 경우 ‘생산물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배상은커녕 소비자가 피해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례 1 - 인천 불노동의 정 모 씨는 지난해 11월 24일 아침식사로 롯데 햄의 즉석 핫도그를 먹던 중 딱딱한 이물질을 씹었다.순간 어금니 쪽의 통증이 심해 뱉어보니 쌀알크기의 쇳조각이 확인됐다.

곧바로 업체 측으로 연락하자 경인지역 담당자가 방문해 이물질 및 먹다 남긴 제품 일체를 수거해 갔다.이후 식사 때마다 통증이 계속돼  담당자와 상의해 이틀 후부터 치과치료를 받기로 했다.

‘왼쪽 어금니 아래위 파절’이라는 진단결과를 안내한 담당의사는 “치아 수명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5~6년 주기로 보철치료가 필요하다”며 “현재는 씌워서 치료를 하고 있지만 추후 발치될 경우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업체 측에  이 같은 상황을 전하고 향후 보상계획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지만 11월 말까지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정 씨는 "치료를 받느라 지연된 업무로  야근을 밥먹듯 해야 했고 거래처와의 각종 연말모임 등에도 불참하는 등 사회 활동에도 많은 제약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치료 후유증으로 반복적인 감기 몸살를 앓고 음식물 섭취가 어려워 몸무게도 현저히 줄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어렵게 본사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고 ‘생산물 배상책임보험'에 의한 보험처리를 약속받았다. 하지만 며칠 후 보험사 손해사정인은 보상금액으로 250만원을 통보해 정씨를 기막히게 만들었다.

정 씨는 임플란트 비용 및 그간의 피해보상에 대해 1500만원을 요청한 상태다. 현재까지 정 씨가 치료비용으로 지급한 금액만 110만원.

정 씨는 “사건 발생 이후 담당자는 이물질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뒤 치료하도록 유도해 놓고 이제와 입장을 바꿔 소비자를 기망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어 “손해사정인의 제시액에 맞춰 합의하지 않으면 현재까지 지급된 치료비마저 대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며 “아무 잘못 없이 상해 입은 것도 억울한 데 무조건 회사측 입장만  따르라니 소비자가 죄인이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롯데 햄 관계자는 “이물질은 100% 순도의 알루미늄으로 간식용 소시지 포장재에 쓰이는 순도 99.5%의 클립과는 달랐다.하지만 기타 부자재 등을 통한 유입 가능성을 인정해 보상처리를 약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호프만 방식 (일반화된 피해배상액 계산방법)으로 산정해 250만원의 보상액을  안내했으나 소비자가 이를 거절하고 있다. 현재 인천지방법원에 적정보상 금액에 대한 판결을 의뢰해둔 상태로 결과에 따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와 업체가 보상금액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사례 2 - 서울 상도동의 함 모(남.41)씨는 지난 1월 2일 회사에서 태평선식(주)의 ‘구운 검은콩’을 먹던 중 어금니 쪽의 통증을 느꼈다.  치과를  방문한 함씨는 어금니 앞의 이빨이 깨지면서 잇몸까지 염증이 생겨 이빨을 뺄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오전 제품설명서에 있는 회사 대표번호로 연락해 연결된 영업부장에게 치아파손에 대해 설명하자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며 알아본 후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오후까지 연락이 없어 다시 전화해 “당장 방문해 소비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 고 따지자 담당자는 “현재 회사가 부도상태라 아무런 보상도 할 수 없다”고 청천벽력같은 답변을 전해왔다.

실제로 업체는 작년 12월 8일자로 이미 부도처리가 되었고 소비자상담실 및 공장 또한  문을 닫은 상태. 답답한 마음에 청와대 신문고를 비롯해 소비자보호센터 등 팔방으로 해결방법을 알아봤지만 ‘내용증명 접수 및 소송’에 대한 조언이 전부였다.

함씨는 “이미 회사가 부도난 상태에서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결국 피해에 대한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할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현재 함씨는 잇몸치료를 받고 있으며 한 달 후 새 이빨을 해 넣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부도 처리된 회사의 뒷정리를 맡고 있다”며 “이전에는 보험처리가 되었지만 현재는 어떤 보상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제품을 먹고 이빨을 다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도의적인 책임에서 배상을 하고 싶지만 현재 직원들의 급여도 3개월 이상 밀려있을 만큼 회사 상황이 어렵다”고 난처해 했다.


#사례 3 - 충남 홍성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 7월 27일 생일을 맞아 가족과 생일파티를 열기위해 패밀리 레스토랑 W에서 립세트(갈비,열대과일,경단 등)을 배달시켰다. 음식을 먹던 중 김씨의 아내가 경단에서 철사 이물질을 발견했다.

길이12mm,두께 1mm 정도의 철사가 경단 속에 박혀있어 치아로 철사를 질끈 씹게 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는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해 매장으로 연락해 상황만 설명했다.

사장이 직접 방문해 정중히 사과하며 환불해 줬고 김씨도 철사를 건네주며 제품관리에 신중을 기해주길 요청했다. 그런데 다음날 김씨의 아내가 치아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방문한 결과 어금니에 금이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윗니 등 주변 치아에도 통증이 느껴져 매장으로 연락해 치료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치료가 본격화되자 업체측은 치료비에 대한 답변을 흐렸다.

김씨는 업체 측의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병원치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자 답답해진 김씨는 한국소비자원과 식약청에도 조사를 의뢰했다.

김씨는 "매장에선 기다리라고만 얘기하고 생산업체는 본사가 처리한다고, 본사는 생산업체가 처리한다고 서로 미루기만 하고 있다"며 "나는 브랜드에 신뢰를 갖고 제품을 구매한 것이다. 그런데 생산업체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라며 답답해했다.

이에대해 업체 관계자는 "본사가 직접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완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하는 있다. 서비스나 보관상 문제가 아닌 제조공정상의 문제라면 당연히 생산업체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해명했다.

이어 "청구되는 병원비를 처리하겠다고 했음에도 소비자가 그 이상의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해 협의가 지연됐다. 본사가 책임회피를 한다고 하는데 본사 측으로는 전화통화를 한 이력도 없다"고 반박했다.

"생산업체는 이미 해당제품의 생산 및 판매를 중지했고 식약청 조사 결과에 따라 법대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김씨는 "금이 간 어금니 외에 주변에도 통증이 지속돼 추가적인 치료비용에 대한 추정치를 말했을 뿐, 구체적인 보상비를 제시하고 요구한 바가 결코 없다"고 재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