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가 탈북자 등친다

2007-01-30     연합뉴스
탈북자 가운데 범죄를 당하는 비율이 우리나라 범죄 발생률의 5배에 달하며 특히 탈북자 5명 중 1명 꼴로 사기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자의 사기 피해율은 국민 전체 사기 피해율의 43배에 달하는 것으로 가해자는 주로 같은 탈북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준오 박사와 청주대 사회학과 이정환 교수는 30일 `북한 이탈주민의 범죄피해 실태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런 조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작년 7월~9월 전국의 20세 이상 탈북자 214명의 범죄 피해 경험을 설문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14명 가운데 50명이 91건의 사기, 절도, 강도 등 범죄 피해를 당했다. 1건의 피해를 당한 탈북자가 대부분이지만 많게는 8건까지 범죄 피해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탈북자의 범죄 피해율은 23.4%로 우리나라 범죄 발생률(4.3% 2005년 법무부 집계)의 5배가 넘었다. 범죄 종류별로는 91건 가운데 사기가 46건으로 가장 많았고 폭행 및 상해가 11건으로 뒤를 이었다.

조사에 응한 탈북자의 사기 피해율은 21.5%로 우리나라 전체 사기 피해율 0.5%의 43배에 달했다.

연구팀이 사기 피해를 입은 탈북자 46명 가운데 성실히 답변한 42명을 따로 분석한 결과, 사업 및 투자관련 피해(28.6%), 개인간 돈거래 미수금(26.2%), 북한 가족 초청 사기 피해(19.0%)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업 및 투자 관련 사기 피해 가운데 상당수가 불법 다단계 업체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단계 투자 사기의 가해자는 주로 같은 탈북자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에 남은 가족을 데려다주겠다'며 접근해 돈을 가로채는 사기 범죄도 8건 가운데 6건이 같은 탈북자 출신이 저질렀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학력별로는 `인민학교(현 소학교) 중퇴/졸업'의 경우 사기 피해자가 없는 반면, `고등중학교(현 중학교) 중퇴/졸업'의 경우 피해 비율이 14.1%, 대학 이상의 경우 42.4%의 비율을 보여 학력이 높을수록 피해율이 높았다.

이렇다보니 한국 사회에서 타인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3.9%(항상 조심해야 20.2%, 대체로 조심해야 43.7%)가 부정적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