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줄기세포로 쥐 뇌졸중ㆍ뇌종양 치료 성공"

2007-02-01     연합뉴스
국내 의료진이 인간 성체줄기세포의 일종인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해 쥐의 뇌졸중과 뇌종양, 신경아세포종 등을 치료하는데 잇따라 성공했다.

미국의 의료기관에서는 이들 연구결과를 이용, 오는 4월부터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시작키로해 사람에게도 이 같은 치료법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아주대의대 뇌질환연구센터 김승업 석좌교수팀은 1일 인간 태아의 뇌에서 분리한 신경줄기세포를 뇌졸중과 신경아세포종에 걸린 쥐의 뇌에 이식, 두 질환을 모두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결과 중 뇌종양 치료성과는 국제학술지 스템셀(Stem Cells)과 플로스원(PLoS ONE) 1월호에 각각 실렸으며, 신경아세포종 치료성과는 플로스원(PLoS ONE) 12월호에 게재됐다.

각 논문들에 따르면 뇌졸중(뇌출혈) 쥐 치료의 경우 연구팀은 쥐의 뇌혈관을 자극해 뇌출혈을 일으킨 다음 상처가 생긴 뇌 부위에 미리 준비해 놓은 인간 신경줄기세포를 이식했다. 이 신경줄기세포는 김 교수가 캐나다에서 있을 당시 낙태아의 뇌 속에서 분리한 것으로, 줄기세포를 몸 속으로 주입하는데 운반체 역할을 하는 레트로바이러스 벡터에 세포증식 유전자를 도입한 `불사화(不死化)' 세포주다.

김 교수는 관련 세포주에 대한 국제특허를 갖고 있다.

이런 식으로 쥐의 몸 속에 이식된 줄기세포는 신경세포와 그 보조세포인 성상세포로 분화됐으며, 뇌출혈로 죽어가던 신경세포를 복구시켰다. 또한 뇌출혈로 이상 증세를 보이던 쥐의 행동도 정상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연구팀은 척수손상, 헌팅톤병, 파킨슨병 등의 쥐 모델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치료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연구팀은 또한 이 같은 연구성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 신경줄기세포에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유전자를 도입, 쥐의 뇌졸중 치료 효율을 더 높였다는 연구결과를 플로스원(PLoS ONE) 1월호에 발표했다. 이는 신경줄기세포를 사용하는 기존 세포치료기술에다 세포나 조직에 새로운 유전자를 도입하는 유전자 치료법을 결합시킨 형태의 `세포-유전자 치료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자살유전자를 넣은 인간 신경줄기세포를 종양이 생긴 동물의 혈관에 주입할 경우 이 줄기세포는 종양 부위만 선택적으로 찾아가고, 줄기세포에서 방출되는 항암제(자살유전자)는 뇌종양 세포를 사멸시킨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현재 김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티 오브 호프 메디컬센터의 아부디(Aboody) 교수팀에 의해 본격적인 임상을 앞두고 있다. 두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플로스원(PLoS ONE) 저널에 전신성 신경아세포종(뉴로블라스토마)을 인간 신경줄기세포로 치료했다고 보고한 데 이어 오는 4월부터 8명의 악성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티 오브 호프 메디컬센터는 미국 5대 암 병원 가운데 하나다.

이 밖에도 김 교수팀은 서울대의대 신경외과 김승기 교수팀과 공동으로 인간 신경줄기세포를 뇌종양 모델 쥐의 뇌에 이식, 뇌종양을 치료했다는 연구성과를 클리니컬 캔서 리서치(Clinical Cancer Research) 2006년 5월호에 보고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태아 뇌조직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신경세포 뇌 이식은 88년 스웨덴에서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처음 시작돼 지금은 300건을 넘어섰지만 윤리적, 도적적, 법적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불사화된 신경 줄기세포는 기존 치료법 이상의 효과를 내면서도 태아 뇌세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