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담배사,한국 여성'왕 골초' 만든다"
국내에서 1980년대 후반 이후 여성 흡연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은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한국 여성들을 타깃으로 집중적인 마케팅을 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영국 런던위생학ㆍ열대의학대학(LSHTM)과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팀이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 등 다국적 담배회사들의 내부 문서를 입수해 공동 분석한 데 따른 것이다.
4일 연구팀의 '무역 자유화 이후 다국적 담배회사의 한국 여성들에 대한 표적화 전략' 논문에 따르면, 1988년 담배 시장 개방과 함께 국내에 진입한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당시 내부 문건에 적시한 가장 주요한 판매 대상은 젊은 여성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다국적 담배사들이 국내 젊은 여성을 상대로 집중적인 마케팅 활동을 함에 따라 20~30대 젊은 여성들의 흡연율도 1988년 1.6%에서 10년 뒤인 1998년에는 13%로 급상승했다.
연구팀은 "다국적 담배회사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 여성들을 표적으로 삼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적 변화, 문화적 특성, 소비 선호도가 무엇인지 시장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슬림', `수퍼슬림', '라이트', `마일드'와 같은 표현을 상표에 사용하고 일자리를 갖기 시작한 여성들을 마케팅의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담뱃갑의 크기와 모양도 여성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얇고 길게 변형됐다.
담배 `버지니아 슬림'은 국내에서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됐다.
다국적 담배사들은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했으며, 한국 정부의 규제를 피하고자 상표 대신 회사 이름을 사용하는 방법도 썼다.
또한 젊은 여성들이 자주 찾는 카페, 나이트클럽과 같은 장소에서 담배를 무료로 나눠줬고 상표 다각화(담배 상표를 양말, 옷 등에 사용하는 것)와 함께 각종 행사의 후원을 맡았다.
연구팀은 "한국 여성들을 표적으로 삼은 다국적 담배회사들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면서 "한국 여성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성(性)인지적 관점에 따른 정부의 종합적인 금연 대책이 당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영국의 보건전문 학술지 `세계화와 건강'의 인터넷판 1월30일자에 게재됐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