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미친넘의 사랑(15)… 입 안으로 파고 드는 내음
2007-02-02 홍순도
광평은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다 좋다는 원징의 당부를 생각하고 있었다. 여자와 몸을 섞을지 모른다는 데에 대한 거부감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한쪽 다리를 약간 들어 올려 꼰 채 비스듬히 누워 있는 여자의 눈부신 나신이 그의 시야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있었다.
광평은 잠시 주춤거리다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여자에게 다가갔다. 몽유병자의 모습이 그럴까 싶었다.
"하지만 미스터 송의 잠재적 경쟁력은 엄청나다구. 아까 톈야에서 나는 그 가능성을 발견했어. 외국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미스터 송 그거는! 오죽했으면 아까 같이 술 먹던 년들이 약속이나 한듯 미스터 송을 힐끔힐끔 넘겨다봤을까. 그 년들 그거 어둠 속에서도 될성부른 진주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건져내는 진짜 선수들이거든. 나였으니까 망정이지 만약 미스터 송이 다른 애 파트너였다면 어떻게 해서든 빼앗으려 난리를 쳤을 거야"
여자가 광평을 한껏 부추기면서 나신을 그의 몸에 슬며시 기댔다. 그가 여자를 가만히 안았다. 그녀의 따뜻한 체온과 향긋한 살 냄새가 그에게 은근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여자의 손이 광평의 사타구니를 슬며시 훑었다. 광평이 움찔했다. 여자는 그에 개의치 않은채 손을 더욱 밑으로 밀어 넣었다. 광평은 하복부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미스터 송, 당신 흙 속에 묻힌 진주가 분명해. 학벌 좋고 허우대 멀쩡하겠다, 게다가 허리 아래는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할 정도로 튼실하지. 내가 처녀였다면 아마 죽어라하고 쫓아다녔을지도 모르겠어"
여자의 광평에 대한 극찬은 끝이 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연방 탄성을 자아내면서 광평에게 몸을 보다 바짝 밀착시켜갔다. 광평은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이 바로 허물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잘 봐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광평이 진심 어린 인사를 건넸다. 여자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말보다는 행동이 더 필요하지 않느냐는 시그널로 봐도 틀리지 않을 듯한 자세였다.
여자의 손이 광평의 사타구니 속에서 미미하게 꿈틀거렸다. 광평의 남성에 힘을 가하는 것이 분명했다. 광평이 잠시 몸을 움찔했다. 도저히 빠져나가기 어려운 그물이 따로 없었다.
여자가 광평의 입에 자신의 입을 가져다 붙였다. 짙은 술 냄새와 함께 묘한 루즈 냄새가 광평의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아마도 여자는 객실에 들어오면서 새로 루즈를 바른 모양이었다.
광평은 입 안으로 마구 파들어 오는 여자의 혀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하복부가 더욱 뻐근해지고 있었다.
여자가 은은한 신음을 내뱉으면서 갑자기 광평을 등지고 돌아섰다. 상체를 침대에 거의 붙을 만큼 쫙 펴고 엉덩이를 한껏 위로 치켜 올린 채로였다. 광평은 생전 처음 목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여자의 엉덩이가 눈앞에 어른거리자 머리의 피가 솟구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여자의 엉덩이 근처에서 상당히 괜찮은 향기가 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광평은 순간적으로 여자가 중세 유럽의 귀족 여성들이 방사(房事)용으로 즐겨 사용했다는, 저 유명한 용연(龍涎)향을 몸의 주요 부분에 뿌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제가 제대로 해드릴지 모르겠네요. 한번도 경험이 없어서 말입니다. 나중에 욕을 하지나 마십시요"
광평은 여자의 주문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남자가 여자의 뒤에서 서비스하는 이른바 후배위를 원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광평은 당연히 후배위의 성공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가뭄에 콩 나듯 적은 성 경험을 가진 쑥맥 노총각인 그에게는 후배위 시도 자체가 보통 모험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시쳇말로 엄청난 착각이었다. 그 사실은 여자가 다소 부끄러운 듯 입을 열면서 바로 확인됐다.
"그래 미스터 송, 당연히 한 번도 경험이 없겠지. 사실 나도 그랬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히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 하지만 작년 말부터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같은 곳에서 몇 번 경험을 했는데 정말 세상이 다시 보이더군. 가끔 가다 내가 변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는 했지만 말이야"
광평은 여자의 예사롭지 않은 말에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랬다. 여자는 단순한 후배위가 아닌 변태적 성 행위를 광평에게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