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불과한 대형 식품업체들의 유통기한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기자] 식품업체들의 허술한 ‘유통기한’ 관리로 인한 피해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식품구매 시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식음료 구매시 유통기한은 소비자의 제품 선택에 중요한 정보이자 구매기준이 되는 요소다.
유통기한(sell by date)은 통상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최종일'이다. 경우에 따라 제조일자로 표기하기도 하는데 통상 ‘표시된 제조일자로부터 1년까지’를 유통기한으로 본다.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으로 일부 식품업체에서 유통기한이 표시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거나 사용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교묘한 눈속임으로 판매하는 등 유통기한과 관련된 피해 사례가 연이어 접수되고 있다.
더욱이 소비자들이 '관리가 빈틈 없을 것'이라고 믿는 내노라 하는 대기업 제품들 조차 유통기한 관리가 주먹구구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 유통기한 없는 대용량 커피 버젓이 판매
경기도 평택 동삭동에서 공부방을 운영 중인 김 모(여.34세)씨는 지난 1월 22일 몇 달 전 선물로 받은 한국네슬레의 수프리모 블랙커피믹스(100개들이)를 개봉해 컵에 담던 중 시커먼 덩어리를 발견했다.
변질로 인해 곰팡이가 핀 것같은 커피상태를 보고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모두 확인했지만 더 이상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포장박스에는 유통기한마저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포장지에 기재된 이벤트 기간이 2007년 11월 8일 인 것으로 미루어 그 즈음에 생산된 제품이라고 유추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한국네슬레 관계자는 “사진 상으로 볼 때 포장지에 생긴 핀홀로 공기가 유입돼 뭉쳐진 것으로 판단된다. 냉동 건조되는 커피의 특성상 습기에 약해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기한이 기재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작업자의 실수로 인해 기재가 누락될 수 있지만 이 경우 출하 금지된다. 신제품으로 2008년 1월 15일 출시를 확인하고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있다”고 답했다.
▶ 유통기한 1년 차이나는 사은품 증정 물의
서울 장위동에 위치한 J마트 총괄책임자인 오 모(남.45세)씨는 지난해 9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아주머니가 매장 계산대에서 큰 소리로 민원을 제기해 사실 확인에 나섰다.
소비자는 "유통 기한이 13개월씩 차이나는 상품을 사은품이라고 주다니 이게 무슨 사기행위냐"고 소리쳐 내용을 확인해보니 유통기한이 2009년 8월 10일인 동서식품 맥심 폴리페놀 커피(150g)에 붙어 있는 증정용 사은품(30g)의 유통기한이 2008년 7월 24일임을 알게 됐다.
본품과 사은품의 유통기한이 1년이상 차이가 있었고 판매시점에는 이미 사은품의 유통기한이 넘은 상황이었다. 오씨는 다급하게 사과하고 제품 교환을 안내했지만 소비자는 “법대로 하겠다”며 돌아섰다.
확인결과 업체 본사에서 직접 ‘증정품’을 첨부해 판매한 사실을 알게 됐다. 마트인수 시 넘겨 받은 제품 중 하나로 대기업 브랜드라 증정품에 속임수가 있으리라고 전혀 의심치 않은 것이 문제였다.
며칠 후 관할구청 직원이 방문해 해당 제품 제시를 요구해 폐기했다고 답하자 매장을 확인하기 시작했고 뜻밖에 건어물 코너에서 유통기한이 경과된 제품 하나가 발견됐다. 얼마 후 통상 100만~200만원가량 예상했던 과태료가 자그마치 800만원이나 청구됐다. 증거물을 폐기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듯 했다.
담당자는 "회사 대표가 이 문제를 민감하게 인식해 즉시 시정을 명령한 상황이다. 문제를 확대하지 말아 달라”고 통사정해 담당자의 처리를 믿고 기다렸지만 처음과 입장을 바꿨다. 과태료의 직접적인 사유가 커피가 아님을 알았는지 “벌금 판결문을 FAX로 보내라. 내용을 보고 이야기하자”며 여유를 부렸다.
오 씨는 “‘대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을 악용해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재고가 남지 않을 만큼 판매됐다. 이 사실을 모르고 구매한 소비자가 부지기수일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 관계자는 “2008년 4월 대리점에서 판매한 제품으로 당사에서 증정품 부착 작업을 한 것이 맞다. 사실 확인을 진행 중이며 이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 피자업체에서 판매한 유통기한 지난 콜라
천안 쌍용동의 주부 한 모 씨(여.30세)는 지난 1월 18일 미스터피자에서 피자를 주문해 온 가족이 함께 먹었다. 그날 밤 가벼운 복통과 함께 설사 증세가 있었지만 과식 때문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다.
다음날 남아 있는 다른 콜라를 개봉해보니 탄산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확인해보니 유통기한이 2008년 10월 9일로 이미 3개월이나 지난 상품이었다. 누구나 알만한 미스터피자에서 유통기한이 경과된 제품을 제공했으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지난 밤 복통 증세 또한 콜라 때문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매장으로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다.잠시 후 집으로 방문해 점주는 “코카콜라에 클레임을 제기해 뒀다.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음료회사 측으로 책임을 미뤘다.
경험이 없었던 한 씨는 회사 규정에 맞는 처리를 부탁했고 ‘피자 한판’을 보상 받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한 씨는 “매장 대표자가 직접 방문 사과해 일단락됐다. 하지만 미스터피자가 최종 검수해야할 책임이 있는데 음료회사로 책임을 미루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해당 매장이 최근 양도처리 된 곳으로 재고분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최종 제품 검수에 대한 책임은 미스터피자에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그렇다. 배달 등 바쁘게 일처리하다 보니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해당 매장에는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답했다. (제보사진외 사진출처-sbs방송분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