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은 총재의 고민

2009-02-13     성승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성승제 기자] “요즘 이성태 총재님이 국내 경제 눈치 보랴, 외국인 눈치 보랴 고민이 참 많을 겁니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 관계자의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이명박 정부가 한국은행에  바라는 점이 참여정부때 보다 커진 것 같다.


예컨대, 중앙은행은 지금처럼 은행에서 대출 문을 닫으면 금리를 낮춰 시중자금을 늘리고 시중자금이 넘쳐나 돈의 가치가 줄어들면 다시 금리를 올려 시중자금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요즘은 경제위기로 이러한 클래식한 금리 정책이 잘 먹히지 않고 있다. 


만약 이같은 경제 위기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라면 국내 유동성과 인플레이션만 걱정하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외환위기까지 겹쳐 사안이 복잡다단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경제 대란을 겪으면서  외환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몸으로 습득했다.

 

결국, 외국인 투자자 눈치에 금리도 쉽게 내릴 수 없다는  뜻이다. 일각에서  우리나라에서 ‘제로금리’ 시대가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이 총재에게 중앙은행 기능과 함께 성장률까지 바라는 부담감이 아닌가 생각한다. 


실제로 이 총재는 1월 이코노미스트 조찬클럽에 참석 “다른 나라 중앙은행 총재가 경제 위기 극복 때문이라며  정부가 중앙은행이 할 수 없는 것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어려운 심경을 토로한 적이 있다"는 말을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인데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정부와 시장이 도를 넘어선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속내를 이 총재가 다른나라 예를 들며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행도 사상 최저든 최고든 신경 쓸 겨를 없이 시중에 자금이 돌 수 있도록 금리 인하정책을 계속 펼치는게 아니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여하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2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50%에서 0.50% 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또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총액대출한도 금리도 현행 1.50%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번 금리인하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아니면 시중 은행들의 이자놀이를 더욱 부채질 하는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일이다.

다만, 이 총재는 시장에서 여느 경제수장보다 신뢰를 받고 있고 또 금리정책 만큼은 뚝심 있는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참여정부에서 MB정부로 바뀌면서 산업은행, 금융감독원장, 우리은행장 등 국책 수장들이 대거 연단을 내려왔지만 이 총재만큼은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지속적인 기준 금리인하가 중앙은행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이총재의 소신인지  정부와 시장의 지나친 기대와 바램을 반영하고 있는지...다른나라 중앙은행 총재가 이 총재에게 토로했다는 그 고충이 여운을 풍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