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소비자들 '큰 뿔' 났다
계정5만개 압류에 조직적 대응..일부는 "잘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유성용 기자 ] 최근 엔씨소프트가 단행한 리니지 불법프로그램 사용자 계정압류조치에 대해 찬반 공방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최근 찬반의 열띤 제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일 리니지 불법프로그램 사용자 계정 4만5682개를 압류한 데 이어 11일 8544개 계정에 대한 추가 압류를 단행해 불법프로그램 척결의지를 보였다.
또한 '데텍션 플레이 캠페인'을 모토로 불법프로그램에 대한 지속적인 제재를 예고하며 사용자들에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불법프로그램 때문에 그동안 큰 피해를 입었던 사용자들은 '당연한 조치'라며 크게 반기는 반면 일부 사용자들은 계정 압류가 억울하다며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검토하는 등 극력 반발하고 있다.
청주시 사창동의 박 모(남. 33세)씨는 "자동사냥프로그램인 '패왕'과 각종 '핵'을 사용해 정당한 권한 없이 캐릭터의 속도를 증가시키거나 에너지 소모 없이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너무 많다.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이를 방치했던 엔씨소프트가 이제야 정신을 차린 것 같다"며 압류조치에 반색했다.
박 씨에 따르면 '패왕'을 사용하는 유저가 서버당 1500명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서버 하나당 정원이 3000명임을 감안하면 반수 이상이 불량 이용자라는 것.
이외에도 지속적인 계정압류에 찬성하는 유저들은 다음 아고라, 플레이포럼, 게임어바웃 등 각 커뮤니티 게시판에 '계정압류해제 반대 서명'을 유도하고 있다.
그들은 "리니지 실 사용계정이 53만9000여개에 이르는 상황을 감안해 10%가까운 사용자 계정을 이용정지 시키고 월 10억 원이 넘는 수익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라며 엔씨소프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맞선 계정압류조치 반대 유저들도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최근 엔씨소프트 본사를 방문 점거했으나 소득이 없자 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그 수가 4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이 소비자원에 이의제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토프로그램 사용으로 계정압류 된 유저의 잔여 서비스료가 환불 되지 않은 점.
▲같은 주민번호로 묶인 계정 압류의 부당성.
▲절차를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계정압류한 점.
▲오토프로그램을 사용한 적 없음에도 계정압류 된 점.
소비자원은 4가지 내용 중 네 번째를 제외하곤 오토프로그램 사용을 인정하는 부분이므로 기각시킨 뒤 집단분쟁조정을 위한 실태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집단분쟁조정은 온라인 게임 관련 첫 번째 사례로 소비자와 사업자간 자동사냥 프로그램 단속에 관한 해묵은 다툼을 해결하는 계기가 될 지 주목받고 있다.
충남 아산리의 이 모(남. 40세)씨는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오토프로그램과 그것을 사용한 유저들을 방치한 엔씨소프트 때문에 이같이 억울하게 계정압류 된 피해자들이 많이 생겼다"며 엔씨소프트의 행태를 고발했다.
그는 오토프로그램이 성행하게 된 근본 원인이 엔씨소프트에 있다고 꼽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2년여 전 엔씨소프트의 개인정보유출이 대규모 인첸트해킹으로 이어져 수많은 유저들이 피해를 본 사건이 있었다.
인첸트해킹은 속칭 '업자'로 불리는 이들이 그들만의 작업장에서 자동사냥으로 획득한 아이템과 화폐인 '아데나'를 판매하기 위해 일반유저들의 계정을 해킹해 고가의 아이템들을 깨뜨려 사라지게 한 사건.
당시 유저들은 사냥의 효율성을 위해 맞는 모션을 억제해주는 '전투패키지'프로그램 정도만 사용했다. 오토프로그램은 업자들이 작업장에서 캐릭대행업을 위해 사용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캐릭대행업을 통해 현금으로 고레벨캐릭을 구매한 유저가 일반유저에게 PK를 걸어 죽이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일반유저들도 오토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리니지는 캐릭이 죽으면 경험치를 잃는다. 고랩(65lv)일 경우 잃은 경험치는 이틀을 꼬박 사냥해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유저들의 스트레스가 엄청났다는 후문이다.
즉 원활한 게임 진행을 위해선 오토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이 씨는 "엔씨소프트가 그 당시 모니터링을 강화해 오토프로그램 척결에 힘썼더라면 지금처럼 대량 계정압류 사건과 그로인해 억울한 피해를 당한 유저들이 많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힐난했다.
현재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엔씨소프트의 계정압류조치로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경남 창원 신촌동의 김 모(여. 35세)씨는 "3개월 계정비를 냈고 1개월 밖에 사용하지 않았지만 오토프로그램 사용으로 영구압류 당했다. 사용하지 않은 2개월치 요금에 대한 환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분개했다.
춘천시 소양로의 손 모(여. 35세)씨는 "오토프로그램을 사용하지도 않았지만 결제한지 5일 만에 압류 당했다. 계정압류의 기준을 모르겠다. 돈이라도 환불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원주시 관설동의 조 모(남. 31세)씨는 엔씨소프트 측에 압류 계정에 대한 압류조치 근거자료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10년간이나 분신같이 해오던 계정을 아무 근거자료도 제시하지 않고 엔씨소프트의 소유라고 공지를 띄워 압류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유저들은 그동안 불법 프로그램 논란에 무관심하던 엔씨소프트가 갑자기 오토프로그램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 "최근 상용화를 시작한 온라인게임 '아이온'에 오토프로그램 사용자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공청회나 대외공지를 통해 오토프로그램의 폐해에 대해 꾸준히 알리고 있다. GM들의 모니터링과 특정상황 연출로 데이터를 수집해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백, 천단위의 계정압류는 계속 이어져 왔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약관에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했을 시 환불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압류근거자료는 유저 대표와 소비자원 담당자가 이미 확인했다. 확실한 자료에 근거해 압류조치를 취했다"며 타당한 조치였음을 밝혔다.
또한 "GM들이 유저를 소환해 '어디서 게임하고 있나' 등의 질문을 하는 소명절차가 근거자료에 포함 된다"고 설명했지만 세부 사항에 대한 언급은 거절했다.
이어 "지난 2일 6곳의 사이트에 대해 폐쇄 조치를 단행했고 20여 개의 사이트를 추가로 폐쇄할 예정이다. 불법프로그램 근절에 대한 노력은 꾸준히 이뤄져 왔던 부분인 만큼 유저들의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억울하게 계정압류 됐다는 유저들이 제기한 집단분쟁조정 건에 대해선 추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엔씨소프트가 350억 원을 들여 BOT프로그램을 개발, 서버를 검역하고 있다', '투명아데나를 유포해 불법프로그램 사용자를 찾아낸다'는 소문에 대해선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