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메일 사건'해명하다 한승수,'한메일'로 불린 사연

2009-02-13     조창용 기자

정부가 '강호순 사건'을 적극 활용하여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을 물타기 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들끓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적극 방어에 나섰지만 용두사미가 돼 정치쟁점만 돼 버렸다.

청와대는 13일 "소위 '청와대이메일 사건'을 자체 조사한 결과, 국민소통비서관실 소속 모 행정관이 개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로 확인돼 해당 행정관에게 구두경고 조치했다"며 "하지만, 어디까지나 행정관 개인 차원의 행위일 뿐 야당의 주장처럼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지침, 공문을 경찰에 내려 보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어제까지만 해도`이메일은 없다'고 주장하던 청와대가 하루아침에 `있더라'라고 입장을 바꾸자, 민주당 등 야당은 청와대가 이같은 의혹을 은폐하려고 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이번 사건이 정치 쟁점으로까지 불거질 모양새다.

청와대가 하루만에 입장을 번복한 가운데, 지난 11일 김유정 의원의 폭로를 공식 부인했던 한승수 국무총리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 집중 추궁을 받았다. 당시 김 의원은 관련 '공문'을 보냈는지 여부를 물었고, 한 총리는 "그런 '메일'을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답해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한 의혹을 샀다. 네티즌들도 "제 발 저린 한승수 총리"라며 비꼬았다.

이날 한 총리의 해명은 네티즌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줬다. 한 총리는 "왜 그렇게 대답했느냐?"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질문에 "메일에는 편지도 있고 통신수단도 있다"면서 "제가 영어를 좀 하는데, 통상적으로 전자우편 이메일을 지칭하는 용어인 '메일'이 아니라 '우편물'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앞으로 한승수 총리를 '한메일'이라고 불러야겠다"며 "총리님 영어 좀 하신다" "역시 어린쥐정부" "궁색한 변명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이 정부는 증거가 있어도 문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자조의 웃음을 지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한 총리의 말을 패러디해 "내가 욕 좀 한다"며 현 정부를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와 경찰은 당초 이같은 의혹을 부인하다가 사실이 드러나자 청와대 행정관 개인의 행위라고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하고 있다"면서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아랫사람 탓으로 사건을 대충 무마하려 들어서는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게될 것"이라며 "이제라도 솔직하게 용산 학살의 파문을 군포연쇄살인사건으로 덮으려 했다고 이실직고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이 정부가 `용산 참사'를 대하는 비뚤어진 인식을 보면, 권력에 의한 여론조작 움직임이 어디 이것뿐일까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며 "청와대는 행정관 개인소행으로 여론조작을 덮으려 하지 말고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반면,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청와대 행정관이 직분을 잊은 채 부적절한 돌출행동을 했다고 한다"며 `청와대 이메일 사건'이 개인적 차원의 행동이었다는 청와대를 감싸고 나섰다.

윤 대변인은 "개인적으로 일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된 만큼,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무기강을 바로잡아나가야 한다"며 "야당은 지금처럼 정치공세를 할 힘과 여력을 상임위에 계류중인 2230여건에 달하는 법안 심의에 써 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