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돈 주앙>, 성남 공연

무대 위에 피어난 검붉은 흑장미

2009-02-16     뉴스테이지 제공


전설적인 옴므파탈 ‘돈 주앙’이 세계 첫 라이선스 버전인 한국 뮤지컬로 돌아왔다.

지난 2월 6일부터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돈 주앙’은 현재 수많은 관객들을 뜨겁게 열광시키며 화려함과 섬세함의 극치미를 보여주고 있다.

배우 주지훈, 강태을, 김다현의 출연으로 공연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돈 주앙’은 결코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들은 무대에 서 있는 그 자체만으로 돈 주앙의 포스를 물씬 풍겨나게 했다. 또한 오리지널 스페인 플라멩코 댄서들의 정열적인 춤과 조화를 이뤄 마치 무대가 검붉은 흑장미를 피워낸 듯 한 느낌을 주었다.

스페인 플라멩코 댄서들은 화려한 몸짓과 현란한 탭댄스로 작품의 흥미를 이끌어냈다.

아마도 이들이 있었기에 이번 공연이 더욱 빛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춤은 관능적이며 우아했다.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그 자태에서 흘러나오는 매력은 가히 아름다웠다. 팔과 다리, 허리가 제각각 움직이면서도 턴을 돌땐 강인한 힘이 전해져 왔다.

스페인 플라멩코 댄서들은 단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손과 발, 동작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 깔끔하게 선보였다. 그만큼 이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옆에서 한국 배우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면서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안겨주는 스페인 플라멩코 댄서들, 이들로 인해 작품의 질은 한 차원 높아진다.

이번 공연에서는 미적인 조명효과가 작품에서 탁월하게 쓰여진다. 물론 마음을 울리는 강한 음악도 빠질 수 없겠지만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조명은 모든 이들이 극찬할 정도다.

가느다란 실처럼 조명이 긴 사선을 만들기도 하고 거기에 양 옆으로 엷게 하나의 조명을 더 비추면 몽롱하면서도 얕은 십자가 모양을 만들어낸다. 이 조명은 작품에서 돈 주앙의 칼에 기사가 죽임을 당할 때 나타난다. 또한 돈 주앙이 사랑한 여인 마리아와 돈 주앙에게 버림당한 엘비라가 자신의 마음을 노래로 표현할 때 각자 서있는 위치에서 조명이 비춰진다.

이때 조명은 아래에서 위로 비춰지며 각각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모두 4개의 조명이 V로 만들어져 극과극의 대조를 더욱 실감나게 보여주는 효과를 이뤄낸다. 이렇게 조명은 이번 뮤지컬에서 미적예술로서의 가치를 확실히 드러낸다.

뮤지컬 ‘돈 주앙’의 주인공 강태을은 노래와 연기를 너무나 잘 소화해냈다. 주인공 돈 주앙은 여성들에게 때론 매몰차게 차가우면서도 사랑을 발견한 이후엔 따뜻한 남자로 변신한다.

이렇게 선과 악이 공존하는 돈주앙의 매력을 배우 강태을이 잘 표현해 주었다. 특히 그가 칼에 맞고 죽기 전 절규하는 모습에서는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울컥하게 만들었다. 이런 돈주앙의 캐릭터가 사랑스럽게 그려진 점에서는 배우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우 강태을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돈주앙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 마리아의 캐릭터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극 중에서 마리아는 오직 돈주앙만이 사랑하는 캐릭터로 나오고 왜 사랑하는지, 어떤 매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객들이 공감하기 힘들었다. 마리아란 인물에 대해 좀더 자세히 짚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뮤지컬 ‘돈 주앙’은 오리지널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했기에 이렇게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특히 무대에서 스페인 언어로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어색하기 보다는 작품의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볍지 않으면서도 신선한 이미지가 풍부하게 전달되었다.

또한 그러했기에 돈 주앙 본연의 매력도 살릴 수 있었다고 본다. 아직은 오리지널 팀의 힘을 입을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는 우리만의 색으로 덧입혀질 것이다. 그때까지 쉬지 않고 꾸준히 공연되어지길 기대해 본다.

[뉴스테이지= 박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