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은'초고속', 해지는'굼벵이'"
'거머리'처럼 돈 빨고 '미꾸라지'처럼 책임 회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민재 기자] 초고속인터넷, 케이블TV 등 정보통신 서비스업계의 무책임한 해지지연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입은 초고속으로 이뤄지는 반면 해지하려면 수십번 전화에 수개월이 소요되고 터무니없는 위약금을 물기도 일쑤다.
해지 신청을 한 뒤 해지가 이루어졌으려니 믿고 있다 연체 통보라는 뒷통수를 맞는 사례도 부지기수.
일부업체들은 해지 요청시 일시정지를 권고했다가 통보 없이 사용을 재개하는 방식으로 '거머리' 처럼 요금을 징수하고 늦어지는 해지에 이의를 제기하면 전산상의 오류라며 '미꾸라지' 처럼 발뺌하고 있다.
전국민이 이용하는 정보통신 서비스인 만큼 해지 불편은 그야말로 국민적 스트레스가 돼가고 있다.
지난 2007년 소비자원에 등록된 1만 5013건의 정보통신서비스관련 소비자상담 불만 사례 중 해지관련 피해사례는 절반인 49.8%를 차지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가장 많이 접수되는 정보통신 고발도 바로 해지 불만이다.
지난해 9월 부득이한 사정이 생긴 문 씨는 16만원 가량의 위약금을 지불하고 해지를 신청했다. 특히 가입자인 어머니의 연세를 고려해 본인 확인절차만 거치고 업무진행은 자신과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다음달 위약금 고지서가 아닌 '3개월간 일시정지'라는 안내서가 발송됐다. 업체에 확인해보니 "문 씨의 어머니가 결정했다. 일시정지가 풀려야만 해지신청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문 씨는 3개월을 기다렸다가 재차 해지를 신청했다. 상담원은 "해지가 완료됐다. 1주일 이내에 수신기를 철수해 가겠다"고 말했다.
며칠 후 문 씨는 업체로부터 '일시정지를 해제한다. 일시정지가 이루어진다'는 황당한 문자를 받게 됐다.
화가 난 문 씨가 업체에 항의하자 "해지신청은 접수 상태이며, 일시정지를 다시 해주겠다"는 횡설수설한 답변만 늘어놨다. 더욱이 책임자는 미안하다는 상투적인 말과 함께 "그래서 고객이 원하는 게 뭡니까?"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해 문 씨를 더욱 당황하게 했다.
문 씨는 "어느 회사나 해지 방어를 하는 건 이해하지만 스카이라이프는 정도가 지나쳐 거의 우롱수준이다. 저질스러운 회사 때문에 들어간 노력과 시간이 아깝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전산상의 오류로 문제가 발생했다. 일시정지 상태에서는 과금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고객님을 상담한 모든 직원들이 친필로 사과문을 작성해 전해드렸다"고 덧붙였다.
<사진 = 안티스카이라이프>
#사례 2 = 서울 상봉동의 서 모 씨는 지난해 4월 오산에서 서울로 이사하면서 그동안 이용해온 수원방송에 해지 신청을 했다. 상담원은 남아있는 2년 약정에 대한 위약금으로 18만원을 요구했다.
서씨는 직업 특성상 거주지를 자주 옮기게 돼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살았다. 계약 당시에도 이에 관해 문의하자 “설치 불가능 지역으로 이사할 경우 위약금 없이 해지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었다.
서씨는 “설치 당시에는 전입 상황 따윈 상관없이 마구 설치하더니 해지하려니 전입신고 여부를 문제 삼아 등본을 보내라, 신분증 사본 보내라 온갖 서류를 요구하며 번거롭게 했다.그래도 참고 팩스 송부했는데 이번에는 전입 신고 3개월이 지나서 안 된다는 억지를 부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티브로드 관계자는 “오류가 있었다. 퇴사 증명서를 보내주면 위약금 없이 해지처리를 해 주겠다”고 해명했다.
#사례 3 = 인천시 운서동의 김 모(남. 39세)씨는 지난 2007년 14일 간 무료체험이라며 인터넷전화를 권장하는 텔레마케터의 권유에 LG파워콤 인터넷전화를 설치했다. 무료체험기간에는 언제든지 해지가 가능하다는 말에 부담 없이 사용을 결정했다.
하지만 사용상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통화를 하면 전화기가 금새 뜨거워져 전자파가 많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통화 품질도 좋지 않아 다음날 바로 해지를 신청했다. 그러나 개통점에서는 단말기 회수를 치일피일 미루다가 해지신청한 뒤 한 달이 넘어서야 회수해갔다.
며칠 후 통장을 점검하던 김 씨는 통장에서 13만원이 넘는 인터넷 전화요금이 빠져 나간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내역을 확인해보니 단말기 가격과 위약금이 청구돼 있었다.당황한 김 씨가 본사에 전화해 이의를 제기하자 "전산상에 나타나지 않아 요금이 청구됐다. 죄송하다"고 변명했다.
김 씨는 "개통점에서 무료 체험기간중 해지를 해주지 않으려 차일피일 미루고 요금을 청구한 것 같다. 가입은 신속하게 해주면서 해지는 온갖 핑계로 시간을 끌어 부당한 요금을 청구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