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미친넘의 사랑(17)…울부짖는 여자의 비명소리

2007-02-06     홍순도

    
권커니 잣거니 그들의 술자리는 무려 맥주 스무 병을 비울 정도로 기분 좋게 이어졌다. 그러나 만두집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으로 그들의 주흥은 돌연 중단되고 말았다. 젊은이들이 패싸움을 벌이는 소리인 것 같았다. 얼큰히 취한 문호는 순간 치기 어린 호기심이 발동했다.

"광평, 오랜만에 우리 싸움 구경 한번 해보는 게 어때! 자, 같이 나가 보자고"

문호가 광평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약간 휘청거리면서 문 밖으로 나갔다. 제지할 틈도 없었다.

이미 어둑해져 불이 훤하게 켜진 만두집 앞의 혼잡한 시장통 풍경은 낭만적인 패싸움을 기대한 문호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젊은이들의 패싸움이 아니라 연인으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젊은 남녀가 다분히 불량기가 넘치는 4명의 젊은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봉변을 당하는 광경이었다. 소란이 그리 오래 전에 시작된 것이 아님에도 두 남녀는 이미 흠씬 두들겨 맞은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무릎 위에까지 올라오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당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민망했다. 사정 없이 휘두르는 발길질과 주먹질에 넘어질 때마다 여지 없이 거무튀튀한 거웃이 불룩한 팬티가 드러나곤 했다. 얼굴도 피범벅이었다.

드문 드문 둘러싼 주변 사람들이 말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문호는 그들이 눈 앞에 벌어지는 상황을 다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좋게 생각했다. 그렇다고 남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 하는 특유의 부리타(不理他) 정신이 몸에 배인 타이완 사람들처럼 상황을 모른체 하기에는 정의감 강한 그의 성격이 용납하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여자의 짧은 치마 속으로 보이는 은밀한 부분을 목도하고는 춘심이 동한듯 이상한 표정을 지은 채 여자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한명은 이미 바지를 내릴 태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우선 말리고 볼 일이었다. 그는 부리나케 현장으로 달려가 먼저 바지를 내리려는 젊은이를 밀쳐내고 젊은 여자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왜 이러는 겁니까? 말로 해도 될 텐데"
"뭐요, 당신은?"

두 남녀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하던 4명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젊은 머리를 한 웬 건장한 청년이 문호를 험상궂게 윽박질렀다. 키가 1미터 80은 족히 되어 보였다. 몸무게도 90킬로그램 이상을 넘었으면 넘었지 모자라지는 않을 듯했다. 첫 봐도 눈에 공부만 해온 백면 서생인 문호로서는 대적할 상대가 아닌 것 처럼 느껴졌다.

"이 사람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여자를 욕보이려는 생각까지 있어 보이는데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문호는 술이 확 깨면서 두려운 생각이 엄습했으나 오기로 여자 앞에 버티고 서서 계속 항의했다. 그의 다리가 눈에 띄게 후들거리고 있었다.

퍽! 짧은 머리는 대답 대신 정확히 문호의 턱을 후려갈겼다. 정신이 아득해진 그는 여자 앞에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그의 반 소매 와이셔츠는 잠깐 사이에 코피로 뒤범벅이 됐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훼방꾼을 한방에 처리한 젊은이들은 다시 원래의 목적을 빨리 달성해야겠다는 듯 여자에게 서둘러 다가갔다. 바지를 내리려던 젊은이가 우선 여자의 짧은 치마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쭉! 하는 소리와 함께 치마가 벗겨졌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치마가 벗겨진 허리 아래를 가렸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젊은이가 예정된 수순대로 그녀의 팬티까지 거칠게 벗겨내 버렸다. 보기에 민망한 그녀의 은밀한 부분이 어둠 속에서도 유난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동안 드문 드문 보이던 주변 사람들은 어느새 사라졌는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도움의 손길을 보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가책을 받은 것이 분명한 듯했다.

젊은이는 여자의 아래 부분이 완전 무방비의 상태가 되자 여자의 뒤로 돌아가 앉았다. 거의 자포자기 상태가 된 여자는 그의 하복부 위에 엉덩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젊은이의 일행 둘에게 완전히 팔을 뒤로 꺽인 채 제압당한 애인인 듯한 남자는 계속 안타깝게 절규했으나 도움의 손길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곧 깜짝 놀라 울부짖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쓰러진 채 피를 닦고 있던 문호가 여자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의 눈에 무슨 윤활제 같은 것을 자신의 남성에 바르는 젊은이의 모습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제서야 그는 젊은이가 처음부터 왜 작심한 것처럼 여자의 뒤에 돌아가 앉았는지를 이해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