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 프리미엄 가전 수명1년"

"바가지 수리비로 또 돈벌이"..소비자 비명

2009-02-20     백진주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기자]소비자 가격이 수백만원을 홋가하는 고가 가전제품들이 잦은 고장에다 AS마저 미흡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1년도 되지 않아 치명적인 고장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구형모델의 경우 비싼 부품을 이유로 구입가격에 맞먹는 수리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연이은 신제품 출시로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기존에 판매된 제품에 대한 부품관리 소홀로 AS조차 받을 수 없는 기막힌 피해사례도 접수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접수된 피해사례>

결국 장기간 사용을 목적으로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제품을 선택한 소비자들은 짧게는 1년도 채 사용하지 못한 제품을 손도 써보지 못하고 폐기처분하던가 제품값과 맞먹는 수리비를 부담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최근 집중적인 광고 공세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벽걸이 TV,  양문형 냉장고, 드럼 세탁기들이 집중적인 불만을 사고 있다. 소비자들은 생활필수품이라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시 거금을 들여 새 제품을 장만하는 등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 PDP TV수리비용이 100만원?...‘혹시 판매가격?’

경기도 용인 동천동의 서 모(남.44세)씨는 지난 2005년 6월경 새집을 마련한 뒤 집에 걸맞게 대우일렉트로닉스의 42인치 벽걸이 PDP TV를 314만원에 구입했다. 가격이 부담됐지만 10년 이상 사용가능한 가전제품이니 이왕이면 좋은 제품을 마련하자는 생각에 할부 구매 했다.

지난 1월 중순경 가족들이 모여 TV를 시청하던 중 갑자기 화면이 붉은 색으로 변하며 채널변경이 되지 않아 즉시 대우서비스센터로 AS신청했다. 방문한 AS기사는 “파워 이상일 경우 예상비용은 15만 원가량이지만 혹시 다른 문제일 경우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청구된다”고 안내해 서 씨를 놀라게 했다.

이틀 후 방문한 방문기사의 최종 점검결과는 ‘패널교체’ 비용으로 100만원이란 수리비용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최근 PDP제품이 가격이 확 떨어져 100만 원대면 동일 사양의 신제품 구입도 가능한 상황에서 AS자체가 무의미해진 셈.

대우AS센터로 연락해 방법을 문의했지만 규정만 내세울 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서 씨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피해제보했고 업체는 LCD TV로 무상 교환을 약속했다.

그러나 며칠 후 대우 일렉트로닉스는 소비자와의 무상 교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처음부터 언급조차 없었던 ‘메인보드’를 소비자의 동의도 없이 교체하고 25만 원의 수리를 요구해 한 씨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서 씨는 “믿을 수 없는 품질의 제품으로 많은 상처에다 업체의 막장서비스가 더해져 억장이 무너진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대우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구형모델이라 부품을 구하기 쉽지 않고 패널 자재가 워낙 고가다”라며 "수거 해 점검해 보니 패널이상이 아니었다. 패널이상일 경우 무상교환해 준다는 약속있었고 고장원인이 다르니 소비자가 AS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 고가의 수입냉장고 “작은 부품은 취급 안 해”

경기도 성남시 이매동의 천 모(여.34세)씨는 지난 2월 초 구입 1년4개월 만에 고장난 GE냉장고에 대한 거액의 수리비 청구로 가슴앓이를 했다.

천 씨는 2007년 8월경 천안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370만 원 상당의 GE냉장고(모델 PSK29NHS)를 구매했다. 무상보증기간(1년)을 갓 넘긴 지난해 12월 냉장고 디스펜서(물 나오는 부분)와 냉장고의 전자식 온도 표시 디스플레이와 온도조절 센서 고장으로 AS를 신청했다.

다음날 방문한 AS기사는 "얼음을 자주 썼냐? 원래 물을 빼다가 얼음을 누르고 또 물로 바꾸거나 하면 이러한 고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얼음을 사용하지 않았던 천 씨가 정확한 고장원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자 "냉장고의 메인 PC보드 안에 부품이 과부화로 터져 디스플레이와 센서에도 문제가 생겼다. 현재 작은 부품은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Main PC보드를 갈아야 한다"며 수리비용 34만 원을 청구했다.

천 씨는 "AS기사가 언급한 여러 주의사항을 어긴 적이 없이 조심스럽게 사용했는데도 1년을 갓 넘긴 시점에서 이처럼 거액의 수리비가 청구되는데 너무 억울하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에 대해 GE냉장고 수입사인 지케이어플라이언스 관계자는 "2002년 까지는 작은 부품도 공급이 됐지만 현재 이런 부품은 공급이 되지 않는다. 이는 수입뿐 아니라 삼성 LG등 국산제품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부품을 구입해서 수리를 할 순 있지만, 다음에 다시 하자가 발생할 경우AS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부품 없는 제품은 대안이 없다?

수원 권선동에 위치한 오피스텔를 분양받아 세를 놓고 있는 임 모(남.39세)는 LG전자의 드럼 세탁기 AS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문제의 제품은 2004년 10월 입주시 설치한 것으로 오피스텔의 총 403세대가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8월경 한 세입자로부터 “세탁기 가동이 안 된다”는 연락을 받고 “우선 AS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몇 시간 후 “제품 단종으로 부품이 없어 수리 불가라는 답을 받았다”는 세입자의 연락이 왔다.

며칠 후 담당 AS기사는 다른 세탁기 부품으로 실험해 보겠다며  제품을 수거해 갔지만 더이상 연락이  없었다. 열흘이 넘도록 빨래를 할 수 없자 임 씨가 직접 나서 AS센터와 본사로 항의했지만 ‘대책 마련 회의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됐다.

임 씨는 “생산일로부터 4년이 채 넘지 않은 제품의 부품이 없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다른 대안을 마련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실험가동을 위해 수거를 해 가더라도 대체 세탁기라도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 세탁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두고  마냥 기다리라니 기가막힌다”고 발을 굴렀다.

“단지 이 세탁기 한 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403대의 세탁기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같은 상황을 반복할 걸 생각만 해도 울화통이 터진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세탁기 AS불만 접수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