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무계]"치과,715만원 선불 받고 '잠수'"
2009-03-10 이경환기자
불황의 여파로 빚더미에 앉아 경영난을 겪거나 문을 닫는 치과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치료비를 선불로 받은 서울 강남의 한 치과가 치료 도중 폐업신고를 한 뒤 잠적해 소비자가 황당한 지경에 빠졌다.
강원도 원주에 살고 있는 권 모(26)씨는 2007년 12월께 지인의 소개로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M치과를 찾았다.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원주에서 1시간 반 정도 거리로 멀기는 했지만 지인의 소개도 있었던 데다 다른 곳 보다 가격을 싸게 해준다는 말에 치료를 받기로 했다.
라미네이트와 임플란트 시술 등의 치료 상담을 하자 715만원의 견적이 산출됐다.
현금으로 선결제 해야 한다는 간호사의 말에 김 씨는 치료 첫 날 완납했다.
이후 김 씨는 10여 차례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으나 회사일이 갑자기 바빠지면서 병원 측에 "몇달 간 치료를 받지 못할 것 같다"고 상담했다. 간호사는 "언제든지 와도 상관 없다"고 여유있게 답변했다.
그렇게 7개월 여가 지난 2008년 11월께 병원치료를 다시 받기 위해 권 씨가 전화를 걸자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
치료비를 모두 지불한 김 씨는 억울한 마음에 관할 구청과 시청에 자초지정을 설명한 뒤 병원 원장 휴대전화 번호와 집 주소를 어렵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수차례에 걸쳐 원장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고, 결국 답답한 마음에 김 씨가 소비자고발센터로 상담을 하자 그제서야 치과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건 치과 담당자는 "지난 해 5월에 폐업신고를 했고, 미리 연락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현재 김포에서 새로 개업을 했으니 이 쪽으로 치료를 받으러 오라"는 말을 전했다.
권 씨가 살고 있는 원주에서 김포까지 가는 시간만 3~4시간이 걸리는 데다 치료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10시간이 훌쩍 넘어버려 시간상 도저히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권 씨가 이같은 상황을 설명하며 병원 측에 환불을 요구하자 담당자는 "최대한 30만원까지는 환불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치료를 받지 못한 치아 3개에 대한 비용을 산출해 보니 당시 하나 당 35만원으로 모두 합치면 100만원이 넘는 돈이었다.
화가 난 김 씨가 치과에 항의를 했지만 치과측은 현재도 " 많아야 30만원만 환불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씨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아무런 말도 없이 폐업신고를 했을 때도 막막했지만 부당한 환불금만을 내세우는 담당자들의 대응에 너무 화가 난다"면서 "낸 돈도 돌려받지 못하고 이제 치아도 시려오는데 어디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이에 대해 치과 관계자는 "폐업신고를 하기 전 이미 김 씨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면서 "환불을 해 줄 상황은 아닌데다 현재 김 씨에게 차비까지 지급을 해준다고 해도 치료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