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지주, '장밋빛 청사진'줄줄히 안개속으로

2009-03-18     성승제 기자
김승유(66)회장이  이끄는 하나금융지주가  환율급등과  키코(KIKO) 사태등 악재가 겹치면서 '눈보라'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27일 4대 행장으로 공식 취임한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야심차게 제시한 2013년 자산 400조 달성은 물론 하나카드 분사와 매트릭스 체제 도입 등도 연기 또는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장미빛 청사진'으로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다.


#하나지주 환율급등에 1분기 실적 ‘적자’ 위기= 하나금융지주의 가장 큰 악재는 단연 환율.


국민.우리.신한지주도 환율 급등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4대 은행 가운데 키코와 키코 유사상품인 피봇사태가 겹친 하나지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나지주 최대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작년 3분기 태산 LCD가 대규모 키코 손실로 기업 회생에 들어가면서 무려 2500억원의 대손 충담금을 적립해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하나은행은 지난 1월 태산LCD 키코 등 파생상품 채무 전액을 채권단과 협의해 2010년 말까지 출자전환하기로 합의했지만 환율공포의 부담감은 여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하나은행의 경우 마진이 빠지고 연체율도 올라가고 있다”며 “따라서 올해 1분기 실적의 경우 적자날 가능성이 높고 2분기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는 “4월 들어 환율이 안정을 되찾는다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 있지만 환율 변동성이 지금처럼 심할 경우 하나은행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키코 사태가 단기간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서 환율이 현재처럼  1400~1500대를 웃돈다면 하나은행의 적자행진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정태 행장 2013년 400조 달성 목표 불투명= “오는 2013년 하나은행을 총자산 400조원의 리딩 뱅크로 키워내겠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1년전 취임 당시 밝힌 목표다. 김 행장은 이를위해  국내외 인수합병 시장에도 적극 뛰어들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이같은 목표는 '말 잔치'로 끝날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오히려, 올해 적자행진 위기에 놓여있어 외형확대와 자산 늘리기보다는 내실 다지기가 더 시급한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지금과 같이 요동치면 하나은행의 당초 계획인 4년 내 400조원을 달성과 공격적 M&A는 목표는 사실상 물건너 간다”며 “적어도 400조원을 달성하려면 금융위기가 올해 안에 끝나고 경기 침체가 활성화 된다는 전제 조건이 성립돼야 하는데 이번 금융위기 여파가 적어도 3~4년 동안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야말로 '희망사항'으로 끝나 버릴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하고 의욕만 앞세웠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론 '총자산 400조원 달성'은 힘들다”고 토로하면서 “당시 발언은 단기적인 비전으로 원론적인 입장에서 언급했던 부분이다. 금융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김 행장이 야심차게 구상한  매트릭스 조직 도입도 시기상조란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매트릭스(matrix) 체제란 지휘명령 계통을 종축과 횡축으로 분리해 모든 직능별 업무라는 종축의 구조에 제품별 또는 활동별 영역의 횡축을 결합한 형태를 뜻한다. 즉 기능별 조직구조와 프로젝트 조직구조의 결함을 보완하는 동시에 각각의 장점을 살리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김 행장은 지난해 3월 그룹조직을 △개인 △기업 △자산운용 △코퍼레이트센터등  4개 비즈니스유닛(BU)체계로 개편, 국내 금융권 처음으로 매트릭스체계를 도입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의 '실험'은 시행 1년 만에 기업BU를 맡은 윤교중 부회장이 물러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당초 기대한 계열사간 시너지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이에 대해 하나지주 관계자는 "매트릭스 조직 효과는 2010년 이후에나 나올것을 예상하고 있다"며 "이번 중소기업금융을 개인BU로 이동시킨 것은 중소기업 부문에서 발생되는 리테일 영업기회를 적극 활성시키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