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아닌 돈' 10원의 굴욕.."구경도 어렵네!!"

2009-03-19     성승제 기자

“지금 사시면 10만 원짜리 제품이 단 돈 9만9000원. 매진될 수 있으니 서둘러주세요”


“1000원 짜리 제품이 990원. 특별한 할인혜택 지금 누려보세요”


TV홈쇼핑이나 할인점, 상가등지서  흔히 듣는 구매 권유 얘기들... 1000원 혹은 10원이 일상 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용도'다.  10원짜리는 아예 실물을 보지 못했다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저 일상의 '말'로만  남아있는 돈이 돼 가고 있다. 엽전 못지 않게 구경하기 어려운 돈이 됐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돈의 최저단위는 동전으로는 10원. 지폐로는 1000원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이들 최저단위 돈은  잔돈을 거슬러주거나 사업자들의 할인 마케팅 전략에 쓰여 지는 것이 고작인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가치가 추락할대로 추락해 버린 셈이다. 특히 10원은 제 몸값도 못하는 '반푼이'돈이 됐다.


 옛10원 짜리는 제조비용이 평균 40원으로 한 해 제조비용으로만 400~500억원의  '적자' 가 났었다.10원짜리 동전을 모아 녹인뒤  원자재로 팔아도 '남는 장사'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고심 끝에 크기와 규모를 줄이면서 제조원가를 20원 대로 낮췄다.


하지만 1년이 넘은 현재까지 새10원 짜리 동전을  구경도 못해봤다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공중전화나 자판기에서도 조차 10원짜리 동전을 구경하기는 힘들다. 한 마디로 돈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셈이다.


물론 100원과 500원짜리 동전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10원짜리보다 그 나마 낮지만 저금통이나 서랍 밑바닥에  숨겨져 있는 것은 비슷하다.


동전의 기능이 상실된 만큼 이제는 최저단위 지폐인 1000짜리도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오는 6월 5만원권이 발행되면 1000원짜리의 몸값은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10원짜리 100원짜리처럼 돈의 기능을 잃고 마케팅 도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도 슬쩍 고개를 들고 있다.


디노미네이션이란 화폐단위를 '100분의 1' 또는 '10분의 1'등 일정한 비율로 낮추는 것. 예컨대 현재의 1만원을 100원으로, 1000원을 10원으로 바꾸는 것. 흔히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면 혼란을 피하기 위해 화폐단위 자체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지난 1953년에는 기존 100원을 신권 1환으로, 62년에는 구권 10환을 1원으로 바꾸는 내용의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 바 있다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는 배경으로는 인플레 기대심리 억제, 자국 화폐의 대외적 위상 제고, 경제적 효율성 증대 등이 꼽힌다.


중남미, 동구권 등 상당수 국가들은 연간 물가상승률이 100%를 웃도는 하이퍼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면서 상품이나 서비스 거래금액의 계산이 어려울 정도로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디노미네이션을 활용했다.


하지만 과거 프랑스의 디노미네이션처럼 달러 등 외국통화에 대해 자국 화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단행되는 경우도 많다.


결국 돈의 위상을 높여서 순환이 잘 될 수 있도록 하고 사용하지 않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화폐단위 변경으로 인한  새로운 화폐 제조비용, 신-구 화폐의 교환 및 컴퓨터 시스템 등의 교환 등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장 디노미네이션을 검토하기 보다 최저단위 돈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정부 차원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저단위 지폐 가치의 하락은 물가 급등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지금 1000원 짜리로 살 수 있는 물품이 상당히 줄었고, 10원 짜리 동전으로 살 수 있는 물품은 없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디노미네이션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고액권이 발행되고 돈의 가치가 더 떨어진다면 1000원 짜리 지폐도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금융계 인사들은 "최저 단위 돈은 사람으로 치면 모세혈관이나 마찬가지다. 모세혈관까지 혈액이 잘 도달돼야 몸에 잔병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최저 단위의 돈이  잘 순환될 수있도록 처방을 마련해야 낭비되는 돈도 줄일 수있고 물가도 잡을 수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