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소비자 깔고 뭉갠다"

"'구멍가게'수준 AS..보증기간 짧고 환불.반품 봉쇄"

2009-03-19     백진주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기자]"다국적 기업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깔아 뭉개고 있습니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등 한국 기업들이 미국등 외국에서 이런 방식으로 장사를 할 경우 큰 탈 날겁니다"


끝을 알 수 없는 경기 불황속에도 한국 내 사업을 확장하는 등 탄탄한 기반을 구축중인 다국적 기업들이 허술한 AS관리로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구조조정이나 연봉삭감 등의 진통을 겪고 있다. 그에 반해 소니, HP,모토로라, 필립스, 파나소닉, 테팔 등의 한국지사들은 투자를 확대하거나 매출 목표를 늘리는 등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해외본사의 경우 많게는 2만 2000명(HP)에서 적게는 4000명(모토로라)가량의 감원계획이 발표되는 가운데 한국지사가 ‘안전지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인력이 빠듯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영업성과가 높기  때문.

LED분야로 경쟁력을 키워가는 필립스코리아와 자체개발 제품의 인기로 별도지역본부로 승격한 모토로라 코리아 등의 약진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 같은 높은 사업성과를 올리면서도  AS는 허술하기 짝이 없고 고객서비스마저 인색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접수된 피해사례 제보내용>

△수입제품임을 내세워 국내 제품보다 품질보증기간을 짧게 하거나  △반복하자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끌기로 소비자에게 고충을 떠넘기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품하자를 원천적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거나 △AS기록을 고의로 누락시켜 환불을 거부하는 악성사례도 적지 않다.

AS비용이면 새 제품 구매가능

대전 내동의 한 모 (여.49세)씨는 지난 2005년 7월경 소니 LCD프로젝션 TV를 380만원에 구입했다.

3년가량 사용한 후인 지난 2008년 11월부터 화면상에 푸른 점들이 나타나는 등 이상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전체가 푸른빛으로 변하더니 이제는 마치 흑백TV처럼 먹물이 번지듯 검은 회색으로 변해 가고 있다.

AS센터로 문의하자 ‘광학엔진(영상을 만들어주는 주요부품) 이상’ 으로 재생부품 수리 시 45만원, 새 부품은 150만원이라는  수리비용을 안내했다. 최근 이 스펙의 TV는 부품교체 비용만으로 새 제품 구입이 가능한 상황.

터무니없는 수리비용에 당황한 한 씨는 직원의 그 다음 말에 더욱 놀라 넘어질 뻔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막상 수리를 하더라도 수리 후 2개월까지만 제품보증이 가능하다는 것. 결국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4개월이 넘도록 TV를 방치해 두고 있다.

한 씨는 “2개월 후 혹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또 어떡해야 하냐. 보상판매 계획도 없다고 하니 소비자는 이 비싼 TV를 쓰레기 처리하란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환율 때문에 수리비용이 더 높아지지 않았을지 걱정”이라며 한숨지었다.


이에 대해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제품가가 하락하면 부품가격도 동반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부품은 제품 출시 당시의 책정기준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리 후 2개월 보증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으로 2개월 내 동일증상이 나타나면 무상AS을 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2007년 하반기부터 ‘연장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제품구매 시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면 무상AS기간을 1년 연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자개선 못해도 보증기간은 정확히

 HP컴퓨터가 제품의 반복적인 하자를 개선하지도 못하면서 'AS보증기간’을 빌미로 무상 수리 및 반품 요청마저 거부해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속초 영랑동의 정 모(남.54세)씨는 지난해 12월 21일 TV홈쇼핑을 통해 ‘최고사양’이라고 홍보하는 HP 데스크 톱 컴퓨터를 114만원에 구입했다. 그러나 설치후 곧바로 컴퓨터 본체에서 소음이 발생해 서비스를 받았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이후 동일 증상으로 본사에 직접 제품을 보내고 AS담당기사가 방문하는 등 수차례 AS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이어 스피커가 장착된 모니터에서도 ‘툭~툭~’ 신경을 자극하는 소음이 발생했다.

담당기사는 '케이블 접촉 불량‘이라고 진단하고 교체해주겠다고 하더니 사이즈가 다른 케이블을 가져오는 실수로 정 씨를 더욱 답답하게 했다. 지난 1년간 반복적인 AS에도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하자 정 씨는 자신이 구입한 제품이 원천적인 불량 제품이란 의심이 들어 업체 측으로 반품을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부서는 'AS보증기간 1년이 지나 무상 수리 및 반품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화가 난 정 씨가 법적절차를 통해 반품을 진행하기 위해 그동안의 ‘수리내역서’를 요청했다. 그러나 AS내역 마저 조작되어 있어 정씨를 기막히게 만들었다.

정 씨는 현재 HP측으로 내용증명서를 보내 ‘제품가격 환불’을 요청 중이다.정 씨는 “불량제품을 판매한 후 업체에 유리한 약관만을 내세워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동일제품에 대해 리콜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HP측은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다.


제품하자를 '경험'으로 진단

서울 노고산동의 김 모(남.32세)씨는 지난 2월 21일 테팔의 스팀 다리미를 사용하던 중 다리미에서 갈색 물이 흘러나와 깜짝 놀랐다.즉시 다림질을 중단했지만 이미 흰 와이셔츠는 오염된 상태였고 다리미를 욕실로 옮긴 후에도 갈색 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직영 AS센터가 없어 본사로 제품 확인을 요청했다. 며칠 후 본사 담당자는 “소비자가 다리미에 물이 아닌 다른 액체를 유입해 생긴 문제다.제품에는 결함이 없다”는 뜻밖의 답변을 보내와  김 씨를 당황케 했다.

근거를 묻자 “스테인레스 다리미에서는 녹물이 생길 수 없다. 제품에서 달짝지근한 냄새가 나는 데 이는 식초나 섬유 유연제를 넣었을 때 생기는 냄새”라며 사용자 부주위로 몰아갔다.

물외에 다른 어떤 액체도 유입하지 않았음을 설명했지만 소용 없었다. 명확한 근거 없이 냄새만으로 상황을 단정 짓는 태도에 화가 난 김 씨는 제품을 분해해 원인을 파악해 주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제품분해는 기계적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 불가능하다”며 이마저 거절했다.

결국 멀쩡한 제품을 두고 억지 주장하는 소비자로 낙인 찍힌 김 씨는 더 이상 업체와의 실랑이가 의미 없음을 깨닫고 지난달 27일 한국소비자원으로 제품 테스트를 의뢰한 상태다.

김 씨는 “나와 아내는 다리미에 다른 액체를 넣어 다림질이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마치 흠 없는 제품을 트집 잡아 보상금이나 원하는 블랙컨슈머 취급을 당한 듯해 불쾌하기 짝이 없다”며 “전문기관에 조사 의뢰해 반드시 업체 측의 억지주장이 잘못임을 밝혀 정중한 사과와 의류비등 적합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테팔 관계자는 “스테인레스로 제조된 제품이라 내부 부식은 있을 수 없다.  잔여물이 남는 문제들도 ‘자동세척’ 기능을 통해 모두 개선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나사로 조립된 제품이 아니라 해체 후 원상복구가 어렵다는 내용을 설명하자 소비자가 제품 분해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100% 하자 없는 제품이 가능한지 문의하자 “이 경우는 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